“사람 살릴수록 적자 쌓여”… 생명 두고 주판알 튕기는 병원의 살풍경

안진용 기자 2025. 1.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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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면 살릴수록 적자가 쌓여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본령인 병원과 의료진, 당연히 '생명은 가장 고귀한 것'임을 강조하지만 이 숭고한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주판알을 튕기는 이들이 있다.

병원장과 그를 추종하는 기조실장은 백강혁이 부임한 이후 쌓이는 적자에 뒷목부터 잡는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오창성 씨의 생명을 구하고, 아주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이끈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모델로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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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신작 ‘중증외상센터’
긴급수술 장면 실감나게 구현
주지훈, 천재 외과전문의 연기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주인공인 천재 외과의사 백강혁(오른쪽)은 적자를 우려하는 경영진의 반대 속에서도 꿋꿋하게 중증외상센터를 꾸려나간다.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가 쌓여요.”

지독한 아이러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본령인 병원과 의료진, 당연히 ‘생명은 가장 고귀한 것’임을 강조하지만 이 숭고한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주판알을 튕기는 이들이 있다. 오는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8부작 신작 ‘중증외상센터’(연출 이도윤)가 제시하는 살풍경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중증외상센터’는 대학병원 중증외상팀이 배경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중증외상팀에서 고군분투하던 의사가 쓰러지고, 이 자리에 세계 전장을 누비며 생명을 살린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백강혁의 눈에 비친 중증외상팀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직 의사가 한 명씩 돌아가며 사명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시설도 열악하다. 중증외상 환자 치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가 100억 원을 지원했지만 그 돈은 엉뚱한 시설 설비 투자에 쓰인다. 백강혁은 이 모습에 반기를 들며 낙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헬기를 띄우고, 중증외상팀을 중증외상센터로 격상시킨다. 병원장과 그를 추종하는 기조실장은 백강혁이 부임한 이후 쌓이는 적자에 뒷목부터 잡는다.

‘중증외상센터’는 의학 드라마답게 생사를 넘나들고,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수술 장면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주삿바늘이 신체를 뚫고 들어가 폐에 찬 바람을 빼내는 장면,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기에서 파열된 부위를 정확히 찾고 봉합하는 과정을 정교한 컴퓨터그래픽과 함께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백강혁이 신기에 가까운 의술로 사람을 살릴 것이란 걸 빤히 알면서도 숨죽이고 이를 지켜보게 만드는 연출력도 일품이다.

코믹과 감동 코드도 적절히 배치하며 완급을 조절한다. 병원장이 진료과목별로 매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동의 1위는 장례식장”이라고 발표하자 의사들이 박수를 치며 “장례식장은 못 이기지”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차기 기조실장 자리를 노리는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이 수많은 상장과 위임장을 내세우며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소개할 때, 백강혁이 “환자랑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네”라고 꼬집는 장면에서 뜨끔할 이들이 적잖을 법하다. 치료를 마친 후 웃으며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책상 위에 놓는 백강혁의 휴머니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중증외상센터를 지키기 위해 병원 권력에 맞서는 백강혁의 모습에서는 기시감이 든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오창성 씨의 생명을 구하고, 아주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이끈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모델로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낙준 작가가 집필한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답게 현실 고증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배우 주지훈이 날렵하게 메스를 휘두르고, 시리아 내전 현장을 누비며 고난도 액션도 소화하는 백강혁 역을 맡았다. 그를 따르는 펠로 양재원 역의 추영우, 정의감에 불타는 털털한 간호사 천장미 역의 하영도 발군의 연기력으로 힘을 보탠다. 여기에 윤경호의 코믹 연기가 설날 떡국 위 고명처럼 적절하게 가미된다. 연출을 맡은 이도윤 감독은 “히어로물이자 액션 활극이고 동시에 휴먼 드라마와 코미디까지 담았다”고 설명했다. 24일 공개. 15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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