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3040 여성 위협 유방암…치료 선택지에도 고통, 왜

강승지 기자 2025. 1. 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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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수용체 모두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 ADC 치료법 기대
1년 넘게 건강보험 비급여…"환자 절박, 시급성 고려해달라"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인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발현 여부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이런 3가지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방암을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하는데, 30~40대 젊은 여성을 위협한다고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는 매년 약 2만 5000명 발생하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특히 30~40대 혹은 폐경 전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아, 이들의 빈자리가 가정 부담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다른 유방암과 비교해 공격적인 특성을 보이고 예후(질병의 결과)가 가장 좋지 않다.

김민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 자체의 완치율은 높지만, 30~40대 환자에게서는 유방암이 주요 사망원인"이라며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암이 굉장히 빠르게 자라고, 수술 후 2~3년 안에 재발할 수 있다. 재발하더라도 뇌, 폐, 간과 같은 내장 기관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암이 뇌로 전이되면 두통, 울렁거림부터 시작해 상하지 마비,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수술도 할 수 없고, 치료 방법이 더 제한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15~30%에 달하는 환자가 재발을 겪고 있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호르몬제나 표적치료제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특성 탓에 치료가 까다롭다.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는 반응률이 낮고 정상세포에도 독성이 미칠 수 있는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 왔다. 치료 실패로 암이 전이 되더라도 또 다른 항암화학요법을 시도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항호르몬요법은 머리가 빠진다거나 울렁거림 같은 증상이 없고 식사와 일상생활에도 제한이 없다"며 "세포독성 항암제는 울렁거림, 손발 저림, 피부 갈라짐과 같은 증상이 있고 백혈구 수치가 낮아져서 폐렴으로 입원하는 등의 경우가 반복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 모두 새로운 치료제를 기다리던 중 유방암 세포 표면에 관찰되는 'Trop-2(영양막 세표 표면 항원-2)'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트로델비'가 국내 허가됐다. 항체가 세포 표면에 발현된 단백질에 결합하면서 세포 내로 이동, 세포 내에서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약물을 방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김민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뉴스1 ⓒ News1

김 교수는 "ADC는 암세포에 어떤 작용을 하지 않아도, 그저 암세포에 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달라붙어 항암제를 암세포로 전달한다. 이전에는 없던 치료법이고 임상적으로 효과를 본 것은 상당히 최근"이라며 "단백질, 수용체 같은 타깃이나 항체, 접합체 등을 설계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효과적인 약제가 점점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또 "수술을 한 환자면,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을 받고 전이성 1차 치료를 받은 뒤 트로델비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3상을 통해 전체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했다. 트로델비 치료군의 전체 생존 기간은 11.8개월, 세포독성 항암제 치료군은 6.9개월로 2배 차이가 났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트로델비 치료군에 암이 진행하지 않은 기간(무진행 생존 기간, 4.8개월)은 세포독성 항암제 치료군(1.7개월)보다 3배 이상 길었다.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 부담이 크다. 1년 넘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논의 과정에 계류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이 신속한 급여 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결정할 때 비용효과성 같은 경제적인 문제보다도 환자들의 절박함과 시급성에 무게를 두고 고려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놀라울 정도로 예전보다 치료 반응이 오래 유지되고 완치되는 사람들도 있다. 전이가 별로 되지 않거나 상태가 양호한 사람은 사회에 복귀해 자신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좋은 치료제로 완치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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