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 버림받은 보수 신문

한겨레 2025. 1. 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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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직전 관저를 찾은 여권 관계자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를 편애한다는 사실은 취임식 때 이들을 대거 초청한 것에서부터 짐작할 만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인터넷매체가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하자 "정치공작을 하려면 메이저 언론 통해 하라"며 주류 언론을 추켜올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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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 저지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희용 |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직전 관저를 찾은 여권 관계자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를 편애한다는 사실은 취임식 때 이들을 대거 초청한 것에서부터 짐작할 만했다.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도 유튜브 과몰입에 따른 확증 편향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의 인식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통령 후보 시절 인터넷매체가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하자 “정치공작을 하려면 메이저 언론 통해 하라”며 주류 언론을 추켜올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출마 전부터 그를 대통령감으로 띄워주고, 대선 기간에 적극 지지하고, 취임 이후에도 한사코 감싸온 보수 신문들은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윤석열 지지자의 눈 밖에 난 지도 오래다. 이들의 온라인 대화방에는 주류 언론들을 공격하고 모욕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조중동 절독’ 구호가 난무한다. 이들 눈에 모든 레거시 미디어는 친중·종북에 주사파 민주노총의 지령을 받아 보도하는 하수인일 뿐이다. 주요 보수 신문들은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이 2000년 산별 언론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탈퇴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자들에게 그런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논조를 펼치면 서슴없이 ‘빨갱이’나 ‘간첩’ 딱지를 붙이고 폭력을 행사한다.

극우 유튜브 등을 보면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디지털 포렌식을 마쳐 부정선거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명단이 밝혀졌다느니, 선관위 연수원에서 체포돼 주일 미군기지로 압송된 중국인 해커 99명이 부정선거 개입을 시인했다느니,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법무부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라느니, 경찰이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 경비를 일부러 소홀히 해 청사 난입을 유도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떠돈다.

유튜버들은 이런 허위조작정보를 소개하며 “이런 뉴스는 조중동에도 안 나옵니다. 거기도 간첩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신문을 끊고 내 유튜브를 봐야 합니다”라고 허풍을 떨며 구독과 후원을 부추긴다.

윤 대통령은 “2030세대의 집회 연설 내용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브 맹신이 젊은 세대까지 전염됐다는 징후다. 급기야 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폭도들은 취재진을 상대로 폭행을 일삼고 취재 장비를 탈취했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일부 보수 신문은 구독자가 떨어져 나갈 것을 걱정해서인지, 자신들이 반대하는 야당의 지지율 하락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서인지 날 선 비판을 주저하고 있다. 여권 정치인이나 내란 피의자 변호사 등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해 폭도들을 두둔하는가 하면 법원 결정이 폭력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호도하기도 한다. 경찰과 기자를 두들겨 패는 게 어떻게 국민 저항권이고, 나라 망신을 시킨 ‘친윤 깡패’들이 어째서 애국 시민인가.

내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내란 주범들은 계엄 포고령으로 언론 통제를 기도하고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까지 내린 ‘괴물’들이다. 내란 선동·동조 세력은 레거시 미디어를 적으로 여긴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들을 처벌하고 뉴스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섰다고 생각해 이해득실을 따져 주판알을 튕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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