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사러 갔다 발견한 바위, 80개 루트 암장으로 변신 [Man&Wall 고령 우곡 수리암장]

햇빛이 뜨겁고, 산딸기가 익어가고, 매미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여름쯤이면 클라이밍 마니아들로 북적이는 암장이 있다. 이곳은 하루 종일 그늘져 있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 있다. 우리는 여기를 '수리암장'이라고 부른다. 경북 고령군과 경남 합천군 경계에 있고, 몬스터클라이밍짐에서 2022년 11월 초 개척을 시작해 2023년 7월 9일 개척 보고회를 하고 정식으로 오픈한 하드프리 암장이다.

실력 있는 클라이머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암장을 개척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바위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어느 바위든 이런 저런 사연과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개척할 수 있는 바위를 찾아 수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2022년 9월 어느 날 경북 고령군 개진면에 감자를 사러 갔다가 창녕 이방으로 점심을 먹으러 넘어 가는 중이었다. 한적한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가는데 강 건너편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누구도 등반한 흔적이 없었다. 의아했다. 개척하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회원들에게 제안했다. 약 1개월 후 배주태, 김성욱 회원과 함께 정밀 답사했고, 그 결과 '개척해도 괜찮겠다'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 곧바로 개척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11월 5일 픽스 로프 설치를 위한 진입로를 만들고 개척할 만한 코스를 정하는 등 개척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코스 하나 만드는 데 이렇게 힘들 줄이야
11월 19일 배주태, 김성욱 회원과 첫 개척 작업을 시작했다. 암장 중앙에 20m 높이의 코스 1개를 만든 다음 내뱉은 첫 마디는 "암장 개척하는 사람들 정말 존경한다"였다. 코스 하나 만드는 데 이처럼 진이 빠질 줄 전혀 몰랐다.
1차 개척 작업을 시작으로 11월 26일 배주태, 김성욱 회원과 서울에서 안상용, 문승옥씨가 합류했다. 우리는 거의 매 주말마다 암장 주변에서 1박을 하며 본격적인 루트 개척 작업을 이어갔다. 날씨가 추우면 캠핑장에서 캠프파이어를 즐겼고, 은하수가 내려앉은 백사장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그 틈에서 늘 클라이밍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한겨울엔 개척 작업을 잠시 멈췄다. 따스한 봄이 오고 나서야 다시 작업이 시작됐고, 15차 개척 과정을 거쳐 총 41개의 루트가 만들어졌다.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척 초기에 클라이밍 코리아에서 볼트와 행거, 체인, 퀵링크 등 일부를 지원받아 시작했다. 예상보다 많은 코스가 만들어지면서 장비가 모자라 한동안 낙석 제거 작업과 루트 청소 작업만 하고 있는 와중에 이순선 회원이 모자라는 장비비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또 그는 포클레인을 불러 중앙 벽 확보지점의 거대한 웅덩이를 메우고 주차장을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고압세척기를 지원해 바위 전체를 물세척 작업하는 데 힘을 보탰다. 결국 2023년 7월 9일 개척 보고회를 마쳤다.
개척 보고회를 할 때까지 여러 가지 장애물과 맞닥뜨렸다. 그중에서도 개척 장비가 모자라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장비를 구입해 주고 끝까지 작업을 함께한 배주태 회원이 개척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보고회 후 기존 루트 보수작업과 병행해 추가로 14개의 루트를 더 개척했고, 현재 55개의 루트가 완성됐다. 1암장 상단 우측 벽으로 2암장 개척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14개의 루트가 만들어졌고, 앞으로 11~13개의 루트가 더 생길 예정이다. 이로써 수리암장은 총 80개 이상의 루트가 있는 대암장이 될 것이다.

개척 당시 환경부 직원에 의해 이곳에 수리부엉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암장 모습이 수리부엉이가 양쪽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날아오르기 직전의 형태를 하고 있어 이름을 '수리암장'이라 지었다.
수리암장의 암질은 사암과 역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ㄱ'자 형태의 길이 70여 m, 높이 10~26m에 페이스 위주로 왼쪽 벽 상단은 전체가 약간의 오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난이도는 5.8~5.13a까지 다양하다. 이 중 암장 입구에 있는 초보자 교육용 암장이 꽤 인기 있다.

고령 우곡 수리암장은 어프로치가 없어 접근성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다양한 난이도와 많은 루트로 인해 여름에는 평균 60~70여 명이 찾고, 많을 때는 100여 명이 찾은 때도 있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여 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었다.
암장은 북동쪽을 향하고 있어 항상 그늘져 있다. 5~9월에는 암벽 좌, 우측 일부 등반 라인과 확보지점에 햇볕이 들지만 오전 11시 이후에는 암장 전체가 그늘이고 강바람이 자주 불어서 여름엔 시원하게 등반할 수 있다. 암장 앞쪽으로 폭 100여 m의 회천이 낙동강으로 흐르는데 폭이 50여 m에 달하는 넓은 백사장은 해수욕장에 온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물살이 빠르지 않으면서 수심이 얕고 물이 깨끗해 물놀이도 가능하며 야영을 하기에도 좋다. 저녁에는 시원한 강바람과 하늘의 은하수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또 이곳은 한여름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청정 지역으로 여름 등반지로 제격이다.

암장 개척 작업은 클라이밍을 사랑하는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근 몇몇 암장이 산주나 주민들과의 마찰로 폐쇄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개척 보고회 때 주민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등 극진히 대했다. 매년 마을회관을 찾아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고령 우곡 수리암장의 유일한 단점이자 불편한 점은 확보지점이 차량이 지나다니는 농로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도로 옆으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시도로를 새로 만들었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분리해 등반자가 안전하게 확보를 볼 수 있도록 산주와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다.
주소 :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월오리 산 179
문의 : 010-5883-8822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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