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재판은 우리 아니면 보는 사람이 없구나” [사람IN]

나경희 기자 2025. 1. 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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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은 연극 무대와 비슷하다.

"이태원 참사 재판 때 박성민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추가 기소됐어요. 가보니까 방청석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이런 재판은 정말 우리 아니면 보는 사람이 없구나 싶어서 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최윤정)." "과천 방음터널 화재 항소심에 갔는데 거기에도 기자가 아무도 없었어요. 1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2심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유가족들도 자포자기하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저희를 보고 1000쪽이 넘는 재판 기록을 직접 다 떼어주셨어요(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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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비영리 독립언론 <코트워치>의 김주형 기자(왼쪽)와 최윤정 기자. ⓒ시사IN 조남진

법정은 연극 무대와 비슷하다. 역할이 정해져 있고, 발언할 순서도 짜여 있다. 순서에 따라 불려나간 증인들은 대사를 읊고 퇴장한다. 누군가에게는 딱딱하고 지루한 재판 과정이 김주형 기자(29·왼쪽)에게는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 한 편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느냐’였다. “기자가 법원에서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이나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잘 살려서 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아주 조금’이라도 수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최윤정 기자(31)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의 삶이나 가치관이 법정에서 모두에게 까발려지는 부분이 굉장히 극적이잖아요.”

두 사람은 2022년 〈뉴스타파〉가 운영하는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뉴스쿨)’에서 만났다. 펠로십이 창업까지 이어졌다. 김주형 기자가 1년 내내 챙긴 고 이예람 중사 가해자 재판이 결정적 계기였다. 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하는 기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그는 최윤정 기자에게 제안했다. “법조 취재에 빈틈이 있는 부분,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하지 않고 있는 부분을 우리가 메울 수 있지 않을까?” 2023년 10월 이태원 참사 용산경찰서 재판 중계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비영리 독립언론사 〈코트워치(Courtwatch)〉(c-watch.org)의 문을 열었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닫혀 있는 법원 벽의 틈을 허물고, 그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전달”해 “한 사건에 대해 가장 완전한 혹은 완결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코트워치〉는 10여 건에 이르는 재판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 재판(이태원·오송 지하차도·아리셀 화재·과천 방음터널 화재 등)과 산업재해 재판(SPL 사망사고·에쓰오일 폭발 사고 등), 언론보도 재판(뉴스타파의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MBC ‘바이든 날리면’ 재판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넓다. 법조 출입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번호를 알아내는 것부터 난관이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재판 때 박성민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추가 기소됐어요. 가보니까 방청석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이런 재판은 정말 우리 아니면 보는 사람이 없구나 싶어서 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최윤정).” “과천 방음터널 화재 항소심에 갔는데 거기에도 기자가 아무도 없었어요. 1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2심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유가족들도 자포자기하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저희를 보고 1000쪽이 넘는 재판 기록을 직접 다 떼어주셨어요(김주형).”

앞으로의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재단법인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Korea Independent Newsroom Network)’ 정회원으로서 1년 동안 운영비를 지원받았지만, 이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후원 회원인 ‘워처’는 현재 63명이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출장비는 충당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의 인건비는 사실상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프로젝트를 기획해 펀딩을 받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법정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판결문에 명시됐던 사고 원인이 ‘정말 바뀌었을까’를 취재하는 게 이들의 다음 목표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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