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창업 스토리] 고향서 되찾은 낭만…청춘으로 다진 ‘문화터’를 나누다
원주 태장동 카페 젊은이들 북적
공연장·편집숍·영화관 등 운영
서울살이 전시·공연 등 체험 다채
고향 돌아와 복합 문화공간 조성
또래 사장 제휴 등 네트워크 형성
“머물지 않고 성장하는 가게 될것”
“낭만의 영역을 나누고 싶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가치를 지불하며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서울에 가지 않아도 원주에도 있길 바라고 있어요.”
고다혜(33) 대표는 2년 전 서울살이를 끝내고 고향에 돌아와 카페를 운영 중이다. 청년없는 동네지만 복합문화공간을 꾸리며 청년들을 동네로 이끄는 꿈을 꾼다. 그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과 나누는 공간’
흥양천이 흐르는 원주 태장동 일대. 작은 LED 불빛이 빛나는 한 건물에서 흘러나온 기타 소리가 고즈넉한 동네 골목의 적막을 깼다. 이날 젊은 이들로 북적인 카페 ‘저마다 커피바’는 2023년 7월 말 문 연 뒤 벌써 5번째 뮤지션의 무대가 열린 ‘공연장’이자, 동네 작은 ‘편집숍’, ‘영화관’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각의 사람이나 사물마다’를 뜻하는 ‘저마다’의 의미를 그대로 녹인, ‘취향존중’이 단박에 떠오르는 곳이다. 사장의 정성이 곳곳에 묻어나는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물건을 판다. 전국 각지의 공예가, 작가 등의 소품을 소개하는 소품숍도 연다. ‘글쓰기대회’, ‘독서클럽’, ‘플리마켓’ 등을 모두 그가 좋아서 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품들보단 제 취향대로 고른 공예작품들이 대부분이에요. 작가분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소품도 있어요. 그중엔 원주지역 예술작가도 있죠. 작가분들 대부분 본업으로 큰 소득을 얻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수수료도 적게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소개하는데 의미가 있으니까요”
■가치 추구, MZ세대 사장님
카페 사장이 되기 전 그의 직업은 수차례 바뀌었다. 1년이 채 안 돼 이직 후, 다른 직종에서 또 2년, 그리도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났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평생직장’과는 거리가 먼 “사실 직장을 많이 옮긴 편”인 ‘요즘 사람들의 삶’이다. 이유는 의미, 가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첫 직업은 사회복지사로 서울에 있을 당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가족 문화활동을 기획했다. 정부의 정책에 맞는 가족문화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꾸렸다. 대상자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자주 생각이 멈췄다.
고 대표는 “정해진 예산과 보고 체계, 조직에서 요구되는 규율이나 틀 안에 있다보니 다양한 가치, 의미를 담는 일을 하고 싶단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30대를 앞두고 아르바이트생이 됐다. 바리스타로 입사했지만 직장에선 곧 ‘뭐든지 다하는 사람’으로 불렸다.
그는 “파트타임으로 일했는데 그때 ‘MD(머천다이저)’라는 직함을 얻기도 했다”며 “기획을 해봤기 때문에 매장 내 식품 제조부터 ‘스마트 스토어(Smart Store)’ 운영, 사진 촬영, 고객 응대 등을 다하다보니 사실상 ‘뭐든 다하는 사람’이라 붙이는 이름이란 말도 했다”고 웃었다. ‘평생 직장’ 대신 택한 도전은 오히려 그의 다양한 능력을 키웠다. 사회복지와 지금의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고 대표는 “복지는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상담을 하는 일이니 사람과 교감이 기본이다”며 “카페에서 내 친구, 가족에게도 먹일 수 있는 음료와 음식을 만들려면 먼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어야 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건 여전히 같다”고 말했다.
■다시 만난 고향, ‘낭만 공유지’로
고 대표는 태장동에서 태어나 태봉초, 북원여중, 북원여고, 상지대를 나온 원주 토박이다. 하지만 그에게 고향은 재미난 곳은 아니었다. 사회복지학과를 전공 중, 휴학생활은 그가 다양한 문화에 눈을 뜬 기회가 됐다. 원주를 떠난 서울에서 다양한 미술전시, 음악공연 등을 봤다.
지역은 서울과 비교해 문화공간이 적었다. 그의 고향도 그랬다. 서울에 흔한 서점 조차 찾기 쉽지 않았다. 어렴풋이 느껴왔던 갈증도 명확해졌다. 그는 “검색을 해보니 원주엔 서점도 2~3개 뿐이고 뭔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적었어요. 카페는 많은데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했다.
반면, 지역 내 문화적 욕구는 넘쳐났다. 1년 반 사이 카페에서 연 유료 공연 무대는 모두 매진됐다. 일상의 소소한 무대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저마다’의 5번째 공연 무대는 충북 제천 직장인들로 구성된 밴드와 아마추어 가수들이 채웠다. 전국의 신생밴드를 섭외해 꾸려온 카페 공간이 입소문을 타면서 공연장으로 대관요청이 왔다.
“공연 주관은 사실 수익이 나진 않아요. 하지만 카페도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소셜살롱’, ‘독립서점’ 등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는 젊은 무명 가수나 인디 밴드가 자연스레 공연할 수 있는 곳이 많죠. 일상에서 쉽게 젊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을 내가 살던 동네에도 끌고와 보자, 생각한 것 같아요.”
벌써 단골만 30여명이 모였다. 1인 1주문, 시간제약 등도 없다. 고 대표는 “멋쩍어하시는 어르신분들도 간혹 있었는데 편히 들어와 마음 편하게 계셔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다양성, 다수를 존중하는 서비스의 방식 때문이다.
■청년 창업가, 젊어지는 고향의 꿈
30대 사장의 한편엔 ‘젊어진 고향’의 꿈도 있다. 최근 인근에서 또래의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과 할인 제휴도 맺었다. 지역 소상공인으로서 네트워크가 형성된 셈이다.
한번쯤 꿈꾸는 창업, 하지만 그처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남보다 조금은 경제적 운이 따랐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카페를 차리기로 마음 먹은 그가 고향에 내려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서울에 비해 원주에서 그것도 태장동에서 카페를 한다는 건 임대료 부담이 아무래도 크게 줄어든다”며 “특히나 저같이 청년들이 창업을 하기엔 태장동이 오히려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동네에 또래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마다’만의 매력은 갱신될 예정이다. 심야식당 등 문화 프로그램도 기획중이다. 그는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는 소비자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성장하는 가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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