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날 ‘행정명령 폭탄’…美출생자 시민권 자동부여 중단

특히 그는 이날 취임식을 마친 뒤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서명한 ‘1호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려졌던 행정조치 78건을 한꺼번에 철회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열린 2차 서명식에선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킨 1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취임 직후 첫 행보로 ‘바이든 정권 지우기’와 ‘진영 나누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서명 한번으로 바이든 조치 78건 뒤집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 행정조치에는 여러 개의 세부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날 발동한 26건의 행정명령들은 백악관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4대 핵심 의제’ 중 최우선 순위에 해당한다.
이 중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MAKE AMERICA SAFE AGAIN)’의 골자는 불법이민자 단속 및 국경보안 강화다. ‘미 역사상 최대의 불법 이민 추방’을 공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을 더 철저히 심사하고, 국경보안에서 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 제도와 미국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도 중단된다. 이로 인해 미 정부로부터 정착 허가를 받았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1660명을 태울 카불발 비행편이 이날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더 적극적으로 사형을 선고해야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하며 “사형은 흉악범죄와 폭력범죄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데 필수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키로 한 방침도 철회했다.
● ‘딥스테이트 청산’ 조치들 줄줄이 서명
백악관이 내놓은 또 다른 핵심 의제는 연방정부 조직 개편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집단)’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필수분야를 제외한 공무원 채용 동결 △연방 공무원 상당수를 해고가 자유로운 ‘스케줄 F’ 직군으로 전환 △공무원 재택근무 종료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조치들에 서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자문기구로 정부 개혁을 주도할 정부효율부(DOGE) 설치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밤늦게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취임 후 올린 첫 게시물에서 “우리의 비전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부합하지 않는 전 정부 인사 1000여 명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해고하는 중”이라며 해고가 결정된 고위 공무원 네 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이들 명단 옆에 자신이 과거 진행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유행시킨 “YOU‘RE FIRED!(당신은 해고됐어!)”라는 문구를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폐 청산(DRAIN THE SWAMP)’ 의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행정조치도 폐기하기로 했다.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방지 금지,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 설립, 소수인종을 위한 기회 증진 등의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미국적 가치의 복원(BRING BACK AMERICAN VALUES)’ 의제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만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미국에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20년 WHO를 탈퇴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뒤집었다.
● 보편 관세 “아직 준비 안돼”
이날 발표한 조치에는 당초 우려된 보편 관세 계획이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보편 관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내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예고한 25% 관세 부과에 대해선 “2월 1일에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서명된 행정명령 상당수가 현행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출생시민권은 미국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행정명령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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