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인데 매출 반토막" 지갑 닫은 손님에 상인들 한숨 [현장르포]
명절 일주일 앞뒀지만 골목 한산
청과물집 "박스째 팔기도 했는데
요즘엔 하루 70만원도 못 벌어"
정부 물가안정 노력 효과 미비
상인 "소비 여력 자체가 줄어"
지난 20일 부산 서구 충무동 골목시장, 자갈치 시장과 맞닿은 이곳에서 민어와 돔을 말리며 하루를 시작한 신용식씨(80·여)는 이렇게 말했다. 5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신 씨는 "명절 대목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제수용 생선인 조기, 민어, 도미 같은 품목이 날개 돋친 듯 팔렸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라고 말했다.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이날,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자갈치 시장과 충무동 골목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과거에는 명절을 준비하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평일보다 조금 더 붐비는 정도였다. 상인들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보이소"라고 외치며 호객했지만, 정작 지갑을 여는 이는 드물었다.
■차례 음식도, 매출도 절반
고물가와 경기 침체는 시장의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자갈치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양모씨(59)는 "도매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돈을 안쓴다"라며 "차례를 지내는 집이 줄면서 2마리 사던걸 1마리만 사 간다"라고 말했다. 대신동에서 제수용 조기를 구매하러 온 조혜옥씨(75·여)는 "농산물은 농사짓는 친척으로부터 받고, 생선도 작년에 비해 비싸진 않지만 필요한 양만 구매했다"라고 귀띔했다.
청과물 판매도 상황은 비슷했다. 충무동 골목시장에서 야채와 과일을 파는 고순용씨(63)는 "평소라면 명절을 앞둔 시기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70만 원도 힘들다"라고 했다. 그는 "배와 사과 같은 제수용 과일은 여전히 찾는 손님이 있지만, 예전처럼 박스 단위로 사 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조기와 민어의 가격은 마리당 각각 8000원과 1만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대구 가격은 1만5000원에서 3만 원으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배 역시 지난해 5000원이었던 가격이 올해는 9000원까지 올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명절 선물 세트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쳐, 샤인머스캣과 만감류 같은 고급 과일의 판매가 증가했다.
■단골과 '2세대 아지매'만 남은 시장
자갈치 시장은 고령화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상인 대부분이 60~80대에 이르고, 부모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2세대 아지매'들이 그나마 시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젊은 층의 손님이나 관광객의 유입은 크게 줄었다.
10년 전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았다는 김모씨(60대·여)는 "요즘은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상권이 죽었다"라며 "젊은 세대나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으니 시장의 활기가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길거리 음식 같은 먹거리나 예쁜 풍경을 만들면 관광객이 올 텐데, 지금의 자갈치 시장은 그런 매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은 크게 변화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과 신속 배송에 익숙해졌고,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은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예전에는 전국에서 자갈치 시장을 찾아왔지만, 이제는 인근 동네 시장보다도 못하다"라며 현실을 한탄했다.
■정부 대책이 필요하지만 한계 명확
부산시는 명절 물가 안정을 위해 수산물 비축 물량을 푸는 등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양씨는 "상품권이나 할인 행사를 하긴 하지만, 소비 여력 자체가 줄어서 큰 효과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달 중 개장을 앞둔 '자갈치아지매시장'은 상인들에게 작은 희망이다. 현대적인 시설과 먹거리 쇼핑존을 통해 젊은 세대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이지만, 상인들은 시설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자갈치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단순히 할인 행사나 시설 개선을 넘어, 젊은 세대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인들은 자갈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오늘도 손님들을 향해 외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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