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유상증자에 속 타는 주주들…철회했더니 시장은 방긋

허인회 기자 2025. 1. 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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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발표하면 여지없이 주가 급락…철회 발표한 금양, 급등
올해도 유증 통한 자금 조달 시도 이어질 듯…개미 피눈물만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시도하는 유상증자를 놓고 시장의 반응이 극명하다. 금융당국의 제동에도 유상증자 문턱을 넘는 곳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반면, 철회한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어서다. 경기 침체로 인해 자금 조달 창구로 유상증자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시름만 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제동에도 유상증자을 단행한 기업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반면, 철회한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시총 반토막 나고 나서야 유증 철회

21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전문 기업 금양은 최근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금양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며 "금번 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않고 기타 조달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기존 주주 및 신규 투자자들의 이익과 기업가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이번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회 이유에 대해선 "유상증자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예상치 못한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당초 목표했던 유상증자에 따른 기대 가치에 현저히 미달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정정증권신고서 제출을 잇달아 요구하면서 예정했던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결국 유증 카드를 접은 셈이다.

유증은 기업의 자본금은 늘리지만 주당순이익을 감소시킨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 주가보다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발행되는 신주 때문에 발표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일쑤다.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금양 주가는 장중 10.2%까지 뛰는 등 즉각 반응했다. 유증 철회에 투자심리가 소폭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5.69% 떨어진 1만9900원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이차전지 산업 위축 우려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증 발표 이후 금양 주가는 곤두박질친 바 있다. 발표 직전 5만6500원이었던 주가는 유증 소식이 알려지자 7.43% 떨어졌다. 이후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금양 측이 심사숙고하는 동안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 20일 기준 금양 주가는 유증 발표 전과 비교해 62% 떨어진 2만1100원을 기록했다. 3조2000억원을 넘었던 시가총액은 1조3400억원대로 반 토막 넘게 쪼그라들었다. 유증 시도 자체만으로도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단적인 사례인 셈이다.

금감원 제동에도 유증을 강행하는 곳도 있다.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논란이 됐던 현대차증권은 수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끝에 지난 10일 금감원 문턱을 넘었다. 신고서 수정 과정에서 증자규모는 1683억원으로 줄었다.

유증을 진행할 수 있게 된 현대차증권은 배당성향을 2028년까지 업계 최고 수준인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앞서 유증 발표 직전 787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0일 기준 15% 넘게 하락했다. 지난 16일 밸류업 발표에도 1%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11일 서울 서초구 이수그룹 본사 앞에 트럭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해마다 증가하는 유증…제도적 장치는 미미

이수페타시스는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에도 5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증자 일정은 현재 미정"이라고 정정신고했다. 주주의 반발에 더해 금감원 설득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유증을 완수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일과 23일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상태다.

이수페타시스 주가 역시 하락세다. 유증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해 11월8일 주가는 22.68% 떨어졌다. 이후에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10% 넘게 밀린 상태다. 주목할 부분은 유증 발표 직전 기관들이 내다팔면서 10거래일 연속 주가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유증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기간까지 감안하며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4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기업들의 증자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돈줄이 마르자 타개책으로 증자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가 2024년 코스닥시장 공시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 부진 등으로 운영자금 확충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증자(1353건), 주식 관련 사채 발행(1607건) 공시가 각각 294건(27.8%), 168건(18.7%) 늘어났다. 조달된 자금 규모도 12조2000억원(유상증자 5조2000억원, 주식관련사채 7조원)으로 2조1000억원(20.8%)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증자와 감자 공시 건수는 전년 대비 11.9% 늘어난 394건, 주식 관련 사채 발행 공시는 17.3% 증가한 285건이었다.

유증을 통한 자금 조달 시도는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잠재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기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아서다. 증자로 인해 보유 지분 가치가 떨어지는 개미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증자 관련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브리핑'에서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나 자기주식 처분 등이 불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절차가 굉장히 엄격하게 돼있다. 더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는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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