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치료제, 건강상 이점·위험성 지도 구축
체중 감량을 돕는 인기 비만치료제의 이점과 위험성을 식별할 수 있는 지도가 구축됐다. 비만치료제는 효과성과 위험성이 공존하므로 사용 시에는 반드시 건강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야드 알 알리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체중 감량 효과를 일으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이점과 위험성을 담은 지도를 구축하고 연구 결과를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RA)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의 수용체를 활성화해 음식 배출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높이는 약물이다. 배부른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사의 ‘위고비’가 GLP-1RA다. 주 1회 주사로 투여하는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가 커 ‘꿈의 비만약’, ‘기적의 치료제’ 등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만을 개선한다는 이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신체 전반에 걸쳐 약물이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연구팀은 GLP-1RA 사용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약물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보고 이점과 위험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지도 구축에 나섰다.
2017년 10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GLP-1RA를 사용해 당뇨병 치료를 받은 환자 200만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GLP-1RA는 당뇨병 치료제로도 쓰인다.
연구팀이 환자들의 체내 모든 장기 시스템과 GLP-1RA의 관계를 지도화하는 작업을 수행한 결과, GLP-1RA는 마취제나 진통제로 쓰는 오피오이드, 각성제, 알코올 등의 사용으로 인한 발작 및 중독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GLP-1RA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살 충동, 자해, 폭식증, 조현병 등 정신병적 장애 발생 위험도 줄어 신경학적·행동학적 관점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치매 등 신경인지장애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GLP-1RA는 보상 및 중독 관련 뇌 영역에서 발현되는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 및 중독을 억제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알츠하이머 및 치매 위험이 감소하는 건 뇌의 염증을 줄여 뇌 건강을 개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 문제가 10~20% 감소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치매처럼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없는 질환에서는 GLP-1RA가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며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다른 약물을 병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GLP-1RA가 심장마비, 뇌졸중 등 다양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선행 연구 결과도 이번 지도화 작업에 포함시켰다.
반대로 GLP-1RA가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로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있다. 드물지만 위장관 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미 잘 알려진 부분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추가적인 문제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GLP-1RA가 췌장과 신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GLP-1RA는 췌장염 및 신장질환 발생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 같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지는 않으나 연구팀은 GLP-1RA 사용자 대상으로 췌장염 징후를 살피고 신장 기능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GLP-1RA는 광범위한 건강상 이점이 있다”며 “하지만 더불어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약물의 이점과 위험성에 대한 지도 구축은 임상 현장에 치료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 현장에는 연구 아젠다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591-024-03412-w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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