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범하자 미국 은행 ‘기후행동’ 줄줄이 탈퇴…기후 위기 가중

조계완 기자 2025. 1. 21. 11: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17일~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9). 국민대 제공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중에서 ‘투자자 기후금융행동’을 가장 앞장서 외쳐왔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기후행동그룹에서 탈퇴한 데 이어, 미국의 주요 대형은행들도 기후대응 대출·투자행동그룹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나섰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9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이니셔티브 산하의 넷제로자산운용(NZAM)그룹에서 탈퇴했다. 이 그룹에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세계 3대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총 315개 자산운용사(운용자산규모 57조달러·2023년 9월)가 가입했으나 2022년 뱅가드에 이어 이번에 블랙록까지 탈퇴하면서 사실상 일시 활동중단 상태에 빠졌다.

블랙록은 가입해 있던 글로벌 370여개 기업들의 기후행동 투자자네트워크 ‘기후대응100+’(Climate Act 100+)에서도 사실상 떠나려하고 있다. 본사가 아닌 자회사 블랙록 인터내셔널이 이 그룹에 대신 재가입해 규모를 대폭 줄였다. 앞서 지난해 초부터 제이피 모건 자산운용, 스테이트 스트리트, 핌코(PIMCO) 등이 CA 100+에서 이미 탈퇴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선 승리 이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여러 투자자 기후행동그룹에서 탈퇴하자 미국 6대 대형은행들도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7일까지 잇따라 넷제로은행연맹(NZBA)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6일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최근 한 달간 웰스 파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건(지난 7일)이 순차적으로 NZBA 회원 탈퇴를 공식화했다. NZBA는 2050년까지 은행의 대출·투자 및 자본시장 활동을 순탄소배출 제로(넷제로)에 맞추기 위해 2021년에 출범한 유엔 산하 기후 이니셔티브 그룹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NZBA에서 탈퇴하게 된 명확한 사유는 공개하지는 않으면서 개별적으로 넷제로 목표를 유지할 거라고 약속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7일 뱅크오브몬트리올 등 캐나다의 4대 은행들도 미국 대형은행들에 이어 NZBA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현재 유럽 은행 쪽을 보면 스탠다드 차타드·도이체방크·ING 등을 주축으로 NZBA 잔류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으나,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관계자들이 ‘유럽 은행들도 NZBA 멤버십의 지속 여부를 재고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앞으로 회의론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는 “글로벌 기후 대응에서 은행 등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화석연료 자금조달 비중이 상당한 미국 대형은행들의 기후변화 대응 역할이 축소돼 파급 영향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2016년~2023년 전세계 은행권의 화석연료 자금조달에서 이번에 NZBA에서 탈퇴한 6대 미국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이른다.

보고서는 전세계 금융투자기업들의 기후행동 탈퇴 배경으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후 이른바 ‘깨어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 윤리 등을 고려하는 ESG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 가능성을 꼽았다. 3년 전부터 금융회사들은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기후 이니셔티브 관련 조사가 강화돼 압박을 받아왔는데, 여기에 트럼프 복귀 이후 기후행동 리스크를 관리하는 계산법이 바뀌면서 글로벌 기후이니셔티브에서 상징성이 큰 NZAM부터 탈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기후행동그룹에서 탈퇴하면서 기후 이니셔티브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될 공산이 커졌다. 가입 금융회사들이 탈탄소투자 부문과 시기별 중간목표를 자발적으로 약속하고 달성 실적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등 강제성이 부족한 자발적 연합체라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잇단 탈퇴 흐름에 유엔 산하 기후행동 조직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NZAM 같은 여러 기후대응 하위연합체들의 상위조직인 ‘넷제로 글래스고우 금융연맹’(GFANZ)은 최근 회원가입 기준 완화 등 후속 대응에 나서면서 추가 이탈자 발생과 금융시스템에 파급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일 GFANZ는 “산하 연합에 참여할 때 받았던 기후서약 이행 등 엄격한 가입 기준을 폐지하고, 이전에 가입 기관투자자들에게 요구하던 파리기후협정 준수 의무도 삭제할 것”이라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