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내전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국정 리드 못한 민주당에도 실망감"

김성은 기자 2025. 1. 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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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7일 광주 조선대학교 서석홀에서 '지산학(지자체·기업·대학) 상생협력 글로컬 초청특강'을 하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 제공) 2024.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화합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진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에 쓴소리를 내놨다. 또 비상계엄 사태는 제도와 인물의 최악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하얼빈' 상영회 이후 인근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난 난동 사태를 두고 "내란에서 촉발된 문제가 내전으로까지 갈 수 있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사법부마저 저런 식으로 유린당한다면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이날 상영회는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새희망포럼(이상 사단법인)이 마련했으며 청년 회원 중심으로 약 60명이 참석했다. 김 전 총리는 두 포럼의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이날 포럼 측 초청에 흔쾌히 응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것은 물론 자리를 옮겨 취재진, 청년들과 영화와 시국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김 전 총리는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워낙 시국이 힘들고 국민들의 마음에 여러 가지 상처가 많지 않나. 이럴 때 영화 하얼빈을 통해 안중근 의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을 거 같아서 여러분과 함께 (메시지를) 느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의사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일 합방한 원흉을 척살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이미 그 무렵에 '동양 평화론'이라는 조선과 중국, 일본이 평화롭게 잘 살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분이다. 그때 나이가 31살밖에 안 됐다"며 "(청년) 여러분과 같은 세대였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화제가 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거론하며 "늘 어려울 때마다 한 집단을 살리는 것은 청년들의 의기와 용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탄핵 정국에 길거리에서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서로 다른) 응원봉을 들고 있지만, 우리는 한 공간에서 하나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여야 간 갈등이 최근 계엄선포 사태 및 대통령 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하얼빈' 상영회에서 청년들과 영화 관람을 기다리고 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사진=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


김 전 총리는 "20대 국회때까지만 하더라도 '목욕당(黨)'(여야 의원간 친목 모임 별칭)이 있었다.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국회 내 마련된 목욕탕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보면 저녁에 따로 만나기도 했다"며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토론하다보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각 당이 특정 법안을) 당론으로 정해놓으니 (논의에) 진전이 안된다. 그러면 혁신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반목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알겠지만 정말 우리나라 내수가 어렵다"며 "안그래도 코로나19(COVID-19) 유행 당시 직격탄을 맞았던 자영업자가 또 급감하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우려했다.

김 전 총리는 국정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여야 모두에 쓴소리를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건너지 않고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을 반대한다는 것은 우리가 합의한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짓밟아도 좋다는 것인데 이런 대한민국 공동체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면 안된다. 이 부분은 역사의 책무이지 여야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이 지지율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분명히 여유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점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듯하다"며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처럼 막 서두르고, 국민들 생각을 안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구나, 그런 실망감"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김 전 총리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정운영을 정지시키는 나라는 전세계에 우리 뿐"이라며 "현행 헌법에는 유신헌법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 정치권은 적어도 2026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을 확정짓겠다고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감사원 기능이나 예산 편성 측면에서 국회의 권한을 더 늘리는 것, 아울러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구제를 개편할 것 등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이번 계엄사태의 원인도 한마디로 말하면 결국 '제도와 인물의 최악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도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이후 우리가 어떤 인물을 지도자로 맞으면 좋을지를 묻는 질문에 김 전 총리는 망설임 없이 'DJ(김대중) 같은 리더십'이라고 꼽았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상대 진영에 속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를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내 새끼들'(자기편 인사) 만으로는 안 되는 거다. 좋은 사람이라면 상대 진영에서라도 데려와 써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국가적 위기를 보수, 진보를 연합해 해결한 것이다. 그랬기에 당시 국민들이 그 상황 속 정부를 따르고 금 반지도 빼고(금모으기 운동에도 동참하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악순환의 고리를 자신이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노와 증오를 제도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재차 제도와 인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총리는 또 지난 20대 총선에서 보수 텃밭인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 민주당계 인사로는 31년 만에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돼 동서 화합의 상징으로도 떠올랐다. 정치권에서 '중도·화합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이날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을 아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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