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은 동양 바닐라” 맨해튼 카페 점령한 달콤한 ‘판단 간식’

“하루에 한 잔은 마시는 것 같아요. 안에 사람들 보이죠? 앉을 자리도 없어요.”
지난 12일 오후 아기자기한 카페가 모여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 이스트 10번가. 카페 ‘레 핀(Le Phin)’에서 나온 대학생 태미(23)가 손에 든 녹색 음료를 호호 불며 말했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남짓 떨어진 카페 ‘레이디 웡(Lady Wong)’에서도 손님들이 하나같이 녹색 케이크나 떡을 먹고 있었다. 점원에게 “말차로 만들었느냐”고 묻자 “판단(pandan)으로 만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뉴욕에선 판단을 재료로 한 간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판단은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식물로, 잎이 음식 재료로 쓰인다. 색은 말차와 유사하지만 맛은 차이가 난다. 약간 씁쓸한 말차와 달리 판단은 바닐라와 코코넛 향이 나고 단맛이 느껴진다. 이날 카페 거리를 걷는 동안 최소 다섯 곳의 카페 메뉴판에 ‘판단’이 적혀 있었다. 레이디 웡 대표 모건 앤서니는 “뉴욕에 판단이 등장한 것은 2020년 후반인데 2021년을 지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지금은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판단이 뉴욕에서 말차의 뒤를 이을 것인가”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판단을 넣어 만든 음식 중 인기를 끄는 것은 라테와 케이크, 떡, 젤리,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류다. 판단 라테를 마셔보니 말차 라테의 텁텁함은 없었고 시럽을 넣지 않았는데도 단맛이 났다. 음식 전문지 이터(Eater)는 “판단은 동양의 바닐라로 불린다”고 했다. 가격은 다른 음료나 제과류와 큰 차이가 없다. 레이디 웡에서 파는 판단 케이크는 3.95달러(약 5700원), 판단 잼이 들어간 쿠키 1박스(16개)는 24.88달러(약 3만6000원)였다. 일부 동남아시아 식당에서는 판단 잎으로 치킨이나 밥을 싼 음식을 팔기도 한다.
판단이 인기를 끄는 첫째 이유는 역시 맛이다. 앤서니 대표는 “고객들이 자연스러운 달콤함과 견과류의 풍미를 즐긴다”고 했다. 동남아시아계 인구의 증가도 무시 못 할 요소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2012~2022년 미국 내 동남아시아계 인구는 13% 증가해 전체 인구 증가율(6.2%)을 앞섰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레 핀’의 대표 퀸 킴 리는 “판단은 베트남에서 한국의 김치처럼 흔하고, 뉴욕에 있는 동남아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판단 잎이나 추출액은 미국 전역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다. 신선한 잎은 비싸지만 냉동 잎과 추출액, 페이스트는 아시아 식료품점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블룸버그는 “비슷한 양일 경우 바닐라 빈이 판단보다 최소 20배 이상 비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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