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덮친 고환율…“중소업체 생산부진 심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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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들어 9월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7천억원이 넘는 에스케이(SK)그룹의 배터리 제조사 에스케이온에 고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뜩이나 중국 기업들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고환율에 따른 수출 단가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원자재 수입 부담만 커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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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 등 위기업종 ‘이중고’
원자재 수입에 국외투자 부담도 껑충

지난해 들어 9월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7천억원이 넘는 에스케이(SK)그룹의 배터리 제조사 에스케이온에 고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회사 분기 보고서를 보면, 원화 환율이 5%만 올라도 외화 빚 부담 증가 등으로 세전 순손실이 177억원(1∼3분기 누적) 가량 늘어나는 영향을 받는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턱밑까지 치솟은 ‘고환율’ 상태가 이어지자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기업에도 호재라는 과거의 공식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수출 대기업 등의 이해 관계를 주로 대변하는 경제계 단체들도 환율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내란 사태 전 1402.9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1월 평균(20일까지) 1461.58원으로 60원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국내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최근의 환율 상승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고환율이 특정 업계에 부정적인 여파를 주면 ‘흐림’, 긍정적이면 ‘맑음’으로 표현하는 등 고환율의 산업 기상도를 작성한 것이다. 진단 결과, 12개 주력 산업 가운데 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 등 9개가 ‘흐림’으로 진단됐다.
반면 긍정적 영향(대체로 맑음)이 기대되는 업종은 자동차·조선·기계산업 등 3개뿐이었다. 환율 상승이 도움이 되는 업종이 전체 4개 중 1개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조사를 담당한 김문태 대한상의 팀장은 “고환율의 수출 제고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공급망 재편으로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확대된 데다 중간재 수입 역시 물가 상승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 단가 하락에 따른 수출 물량 증가 효과보다 수입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해외 투자 부담 확대 등 악영향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할 때 은행이 먼저 수입처에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면 정유사가 나중에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구조”라며 “고환율로 환차손(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이 발생해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장 가동률과 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쪽도 “섬유패션업체는 영세 사업자가 많은 터라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업체의 경우 생산 부진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진단도 비슷하다. 협회 내부 분석 자료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액 증가폭은 0.32%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액은 가격 상승 여파로 1.79% 줄고, 제조업체들의 평균 제조원가도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비철금속·철강·섬유·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4.43%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환율 대응 여력이 낮은 중소기업과 업황 악화를 겪는 석유화학·철강·배터리 기업의 어려움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중국 기업들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고환율에 따른 수출 단가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원자재 수입 부담만 커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돼서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과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 조절 등으로 당분간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기업들이 고환율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환율 피해 업종을 대상으로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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