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구속, 법원 난동… 한국이 밟을지 모르는 '가봉'의 전철

조서영 기자 2025. 1. 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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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경제학 스터디카페
국가신용등급이 뭐기에…
국가신용등급 대외신인도 영향
등급 따라 외국 투자 달라져
한번 떨어지면 회복 어려워
신용평가사 3사 어두운 전망
국가신용등급 지키려면…
쉽게 풀어본 국가신용등급  

12·3 내란 사태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가봉이나 튀크키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더스쿠프 경제학 카페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12·3 내란 이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자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사진 | 연합뉴스]

정국 불안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9일 12·3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법정구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당(국민의힘)과 지지세력은 계속해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 사태까지 일으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서로 다른 '특검'을 내세우면서 연일 충돌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검경의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도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러자 곳곳에서 "한국의 대외신인도(International credibility)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옵니다. 기우杞憂가 아닙니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피치레이팅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대 신용평가사와 화상면담을 진행했습니다. 2024년 12월 면담 이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가진 두번째 만남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신용평가사 3사는 이 자리에서 한층 어두워진 평가를 내놨습니다. "현재 상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피치레이팅스(이하 피치)는 최 권한대행과 첫번째 만남 이후 발간한 보고서(2024년 12월)에서 "아직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만한 실질적인 위협은 없다"고 평가했지만 "정치적 위기나 분열이 지속돼 정책 입안의 효율과 경제·재정 관리가 약화할 경우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국가신용등급이 뭐기에 = 그렇다면 피치가 꼬집은 '국가신용등급'은 뭘까요? 이 등급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미디어들은 국가신용등급을 다룬 기사를 쏟아내는 걸까요? 더스쿠프 '경제학 스터디카페'에서 국가신용등급을 풀어 써봤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나라가 돈을 빌렸을 때 갚을 능력이 있는지' 따지는 지표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가 국가별로 정치체제의 안정성, 경제성장률, 외채 규모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을 매깁니다. 정의를 보니 그리 어렵진 않네요. 개인신용등급과 별 차이가 없으니까요.

이제 한국의 신용등급을 알아볼까요? 현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가 책정한 한국의 수준은 '높은 등급(High grade)'입니다. 무디스는 Aa2,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이하 S&P)는 AA, 피치는 AA-로 평가했습니다(2024년 5월 기준). S&P 기준 한국은 영국과 등급이 같고 일본, 중국에 비해 2단계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 국가신용등급 가치사슬 = 그렇다면 국가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이 역시 답은 간단합니다. 이 등급이 대외신인도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외신인도란 외부 또는 외국에서 기업이나 국가를 신뢰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투자할 때 중시하는 기준이기도 하죠.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은 외국 자본의 투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등급이 하락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식입니다. 이 등급에 따라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신용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국채 금리를 높여야 합니다.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중은행이 개인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 '높은 금리'를 부여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은 은행과 기업의 신용등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등급 하락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환율이 급등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죠.

문제는 한번 떨어진 국가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신용등급은 10단계나 곤두박질쳤습니다. S&P 기준 AA-에서 B+(투자부적격 등급)로 급락했죠.

이를 다시 외환위기 이전 수준(AA-)으로 끌어올린 건 14년이나 흐른 2015년이었습니다. 그 이듬해 1단계 오른 AA등급을 받은 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햇수로 9년째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2011년 국가부채 문제로 최고등급 AAA에서 AA+로 한등급 하락했는데 이를 14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대외신인도 지키려면 = 미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부채가 문제였지만,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지 못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사례도 있습니다. 2024년 7월 피치는 아프리카 가봉의 신용등급을 B+서 CCC+로 강등했습니다. 쿠데타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한 게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피치의 평가를 들어볼까요? "2023년 쿠데타 이후 들어선 과도정부가 대통령 선거 계획을 2025년 8월로 미루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졌다."

사례는 또 있습니다. 무디스는 2016년 튀르키예(당시 터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이유는 이번에도 정치적 문제였습니다.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쿠데타 시도 수습 과정에서 심화한 정치적 분열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원인이 됐다."

어떤가요? 탄핵 정국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나라는 괜찮은 걸까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우려했습니다.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넘어 국정 컨트롤타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까지 확대했다"면서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한번 떨어진 국가신용등급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 사진은 국제신용평가사들과 화상면담 중인 최상목 권한대행.[사진 | 뉴시스]

정부가 대외신인도 관리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대외신인도 관리'를 택했습니다. 2일 '2025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권한대행도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와의 두번째 화상면담에서 그는 한국의 정치 상황과 정부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국가 시스템은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 헌법이 정상 작동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이라 기대한다."

국가신용등급은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입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해소하지 못한다면, 가봉이나 튀르키예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은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는 데 십수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릴지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괜찮은 걸까요?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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