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복자’의 기마상, 22년 만에 복원…“학살자 기념” 비판도

박병수 기자 2025. 1.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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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군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기마상이 페루의 수도 리마에 22년 만에 논란 끝에 복원됐다.

리마시는 18일(현지시각) 시내 한 광장에서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 리마 시장과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스페인 마드리드 주지사의 주관 하에 피사로 기마상의 제막식을 열었다고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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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군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기마상 제막식이 18일(현지시각)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6세기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군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기마상이 페루의 수도 리마에 22년 만에 논란 끝에 복원됐다.

리마시는 18일(현지시각) 시내 한 광장에서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 리마 시장과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스페인 마드리드 주지사의 주관 하에 피사로 기마상의 제막식을 열었다고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가 보도했다.

이날 행사는 리마 건설 490돌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복원은 22년 만이다. 피사로 기마상은 무게 7톤, 높이 5미터의 청동상으로, 피사로가 칼을 들고 말을 탄 모습을 하고 있다.

스페인 병력 167명을 이끌고 잉카제국 정복에 나선 피사로는 페루에서 논란의 인물이다. 그는 1532년 잉카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투후알파를 사로잡은 뒤 이듬해 처형하고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를 약탈했다. 그가 1535년 건설한 리마는 1821년 페루가 독립할 때까지 남아메리카를 다스리는 스페인 총독부의 수도로 구실했다.

그를 상징하는 조각상은 2003년 4월 리마에서 논란 끝에 철거된 바 있다. 당시 리마 시장이었던 루이스 카스타녜다 로시오는 “스페인 침략자를 기념하는 건 페루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여론이 커지며 논란을 빚자 한밤중에 전격 조각상을 철거했다. 그는 당시 “스페인 정복은 원주민 학살을 의미했다”며 “문화 간 만남이나 대화는 없었고 안데스와 아마존, 해안가의 우리 조상들에 대한 의무 부과와 박해만 있었다”고 철거 배경을 설명했다.

디아스 아유소 주지사는 이날 22년 만에 복원되는 피사로 기마상의 제막식에서 기마상이 “도시의 탄생뿐 아니라 세계를 영원히 바꾼 역사적 만남의 시작을 기념하는 것”이라며 “피사로 기마상과 리마의 역사적 심장이 재결합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행사장 옆에서는 제막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소라 껍질로 만든 안데스 전통 악기를 불며 “피사로 반대”,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등의 구호를 외쳤다.

2021년 대선 후보였던 정치인 요니 레스카노는 소셜미디어에 “페루 사람들은 피사로 기마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는 1700년대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 항쟁을 이끈 투팍 아마루와 미카엘라 바스티다스, 그 밖의 다른 영웅들을 존경한다”며 “우리는 오래 전 식민지배를 멈춰 세웠다”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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