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도경수의 미친 존재감이 다 살렸다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5. 1. 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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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사진=쏠레어파트너스(유)

대만 영화의 존재감을 알렸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리메이크됐다. 원작 뛰어넘는 리메이크가 쉽지 않고, 또 뛰어넘는다는 기준도 여러 갈래가 있을 테지만,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존재감'이 아닌가 싶다. 몇몇 리메이크 작품들은 '도대체 왜 리메이크 했는가' 하는 의구심을 낳은 전적이 있기 때문. 그에 반해 도경수, 원진아 주연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적어도 주인공들의 존재감만은 원작 이상으로 뚜렷하다. 

원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2008년 한국에서 개봉해 약 15만 관객을 모으며 당시 대만 영화 중 최다 관객을 기록했으며, 하이라이트 장면인 '피아노 배틀'은 유튜브 등을 통해 수없이 재생되며 원작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익숙할 정도다. 만능 엔터테이너로 이름을 날렸던 중화권 인기 스타 주걸륜이 주연과 각본을 맡은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 주제곡인 '시크릿(Secret)'을 작곡하는 등 음악까지 맡아 음악영화로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기도 했다. 

사진=쏠레어파트너스(유)

이런 영화를 리메이크하는데 고민이 없을 리 없다. 원작을 본 관객은 물론 보지 않은 관객도 고려해야 하며,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2020년대의 한국으로 소환할 때 무리가 없어야 한다. 우선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고등학생 주인공들을 2025년판에선 음대에 다니는 대학생으로 설정했다. 유학 중이던 유준(도경수)이 팔목 치료를 위해 아버지가 부임해 있는 명운대 음대에 교환 학생으로 오게 된다는 설정. 주인공들의 나이가 10대에서 20대로 변경되며 감정선도 미묘하게 조금 변한다. 아련함이 살짝 덜어진 대신 청량함이 채워진다. 

유준은 철거 예정인 오래된 건물 피아노실에서 운명처럼 정아(원진아)를 만나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지만 어쩐지 정아에겐 비밀이 많다. 수업에서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만남의 기본인 휴대폰 전화조차 알 수가 없다니! 정아에 대한 마음이 커지지만 계속 엇갈리며 종잡을 수 없는 정아에 대한 고민도 커지는 나날이다. 사실 원작은 1999년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기에 영화의 핵심 비밀을 지키는 것이 용이했다. 그러나 휴대폰이 연락처는 물론 한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시대의 한국 한 복판에서 휴대폰이 없는 이와의 '썸'이라, 이건 도통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 테다. 

사진=쏠레어파트너스(유)

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건 오롯이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힘. 원작에서 주걸륜이 1인 4역을 감당하며 존재감을 보였다면, 2025년작에선 도경수의 눈빛과 원진아의 미소가 이야기의 상당부분을 감내한다. 도경수의 출중한 연기와 감정 호소력에 강한 눈빛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선 제대로 '포텐'을 터뜨리는 느낌이다. 뽀얀 햇살이 드리우는 오래된 피아노 아래에서 유준과 정아가 처음 눈을 마주치는 순간은, '첫눈에 반한다'는 뻔한 문장을 화면에 생생히 살려낸 진귀한 장면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설렘의 감정을 느껴본 지 오래인 관객들도 도경수의 그 큰 눈망울에서 뿜어내는 수만 가지 감정과 원진아의 입가에서 피어오르는 싱그러운 미소에 흔들릴 것이라 자신한다. 

원작에서도 독특한 포지션이었던 주인공 아버지(황추생)를 새롭게 해석한 음대 교수이자 유준의 아버지 승호 역의 배성우도 원작과의 차별화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 배성우와 도경수의 부자(父子) 케미가 다소 더디게 느껴지는 서사에 자잘한 재미를 부여하기 때문. 특히 배성우에게 부여된 개그 분량의 타율이 상당히 높다. 다만 원작의 증개현이 맡은 청의 포지션의 인희 역을 맡은 신예은의 활용은 다소 아쉽다. '더 글로리'의 어린 연진이와 드라마 '정년이'의 허영서로 이름을 알린 신예은의 영화 데뷔작인데, 특유의 통통 튀는 존재감을 다소 약하게 활용한 느낌이다. 

사진=​사진=쏠레어파트너스(유)

원작의 하이라이트 신이었던 '피아노 배틀'도 시선을 붙든다. 2025년작에선 주제곡인 '시크릿'을 제외하고 모든 음악을 바꾸었는데, 쇼팽의 '흑건'을 편곡한 '백건' 등으로 귀를 사로잡았던 피아노 배틀에선 '라 캄파넬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등 관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힘이 있는 음악을 채워 넣었다. 유준과 정아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는 '고양이 춤'이라든가 음반가게에서 마음이 통했던 곡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등도 음악영화로써 존재감을 확고히 한다. 

2025년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행복' 덕혜옹주'의 각본을 쓰고, '내일의 기억'으로 연출 데뷔한 서유민 감독이 맡았다. 설 연휴를 앞둔 1월 27일 개봉하는 데다 2000년대 초반의 레트로 감성과 현재의 감성이 어우러진 판타지 로맨스 영화인 만큼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관람하는 데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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