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심장 덜 자란 채 태어난 아기…포기할 수 없었다 [건강+]

전세계적으로 4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국내에선 한 해 50~60명 정도.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유전적 요인도 아니고 환경적 원인도 아니다.
심하지 않으면 인공호흡기와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중증시 에크모 치료가 필수다. 에크모는 환자의 피를 몸 밖으로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주입하는 치료다. 성인에게는 보편화돼있지만, 신생아나 어린이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다.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1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크모의 경우 아기 심장에서 나가는 만큼 많은 양의 피를 빼야 하고 그러려면 혈관이 굵어야 하는데 아기들은 작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며 "이 때문에 혈관을 직접 보고 수술로 박리를 해서 그 위치에 도관을 넣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섭 교수는 "에크모 수술시 피를 굳게 하지 않는 항응고치료를 함께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뇌출혈 등 합병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술 과정이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아이 상태에 따라 인공호흡기만으로 치료가 가능할지, 아니면 에크모를 달아야 하는 상황인지, 수술은 언제하는 게 적합할지 등 치료체계 정립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2018년 9월부터 서울아산병원은 신생아과, 소아외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등 의료진이 모여 선천성 횡격막 탈장에 대한 단계별 에크모 치료 체계를 마련했다.
중증 환자로 판단되면 기존에는 최대한 약물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는데, 이때부터는 신생아중환자실 한 공간에서 여러 진료과가 모여 에크모 도관삽입술을 실시한 것이다. 또 에크모 치료 후 바로 수술에 들어가기보다 환아 상태를 충분히 안정시킨 상태에서 에크모를 중단한 후 수술을 실시했다.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예를 들어 출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주사 한번 놓는 것도 쉽사리 결정하지 않는다. 또 항응고제를 너무 많이 쓰면 피가 샐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등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신생아과 이병섭·정의석,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팀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선천성 횡격막 탈장으로 치료를 받은 환아 322명을 분석한 결과, 에크모 치료 체계를 재정립한 2018년 9월 이후 치료를 받은 환아 123명의 생존율이 기존 66%에서 83%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북미와 유럽 평균 생존율 65~75%에 비해서도 월등한 수치다. 특히 에크모 치료를 받은 중증 아이들의 생존율도 21%에서 57%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병섭 교수는 “현재 여러 진료과 의사와 에크모 전문 간호사 팀이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인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아산병원뿐 아니라 다기관 전국 코호트 연구를 진행 중으로 더 많은 환아들에게 에크모 치료 체계가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에 최근 게재됐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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