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같은 ‘추진력·결단력’… 초능력 펼치며 기부문화 혁신[Leadership]
삼성증권·우리금융 CEO 역임
3년전 아동복지기관 수장 변신
‘재단에 대한 대중 인식 바꾸자’
리브랜딩 최우선 과제로 삼아
‘초능력자’ 프로그램 전개하고
‘초뭉이’ 캐릭터로 친근감 더해
선진국식 유산·추모기부 도입
전통 모금방식 넘어 변화 선도

최근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아동행복지수’ 개편 작업으로 분주하다. 초록우산은 지난 2016년부터 아이들의 일상 시간을 바탕으로 행복 수준을 가늠하도록 하는 지수를 매해 발표해왔는데, 이를 더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를 한창 진행 중이다. 황영기(73) 초록우산 회장이 “아동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정교한 분석과 결과 도출이 가능하도록 개선점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발표 9년째를 맞은 아동행복지수가 민간영역에서 발표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 잡았는데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기존 사업에도 과감하게 개선을 지시하는 황 회장의 ‘혁신 리더십’ 덕분에 초록우산에도 지난 2년여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황 회장의 리더십은 금융계에서 오랜 기간 조직을 운영해 온 경험과 신념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금융계 ‘검투사’, 나이 일흔에 아동복지기관 수장으로 변신 = 황 회장은 과거 금융계에 몸담을 때부터 ‘검투사’로 불릴 정도로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정평이 난 리더였다. 황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법무법인 세종 고문,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검투사’라는 별명도 삼성증권 사장 때부터 “CEO는 승부에서 지면 죽는 검투사와 같다”고 강조해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2020년엔 제7대 한미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1년간 민간 외교에 힘쓴 이력도 있다. 은행과 증권업에서 모두 CEO 자리에 올랐던 황 회장은 이후에도 KDB산업은행 회장, 은행연합회장 등 주요 보직이 빌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황 회장이 돌연 아동복지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2022년 8월 제10대 초록우산 회장으로 취임했을 땐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아동복지기관의 수장은 사회복지 전문가나 종교계 인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금융업계 경영인 출신이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출신 회장의 탄생은 당시 초록우산 74년 역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황 회장이 일흔의 나이에 아동복지기관행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모친상이었다고 한다. 황 회장은 생전 사랑과 나눔을 강조했던 어머니를 떠나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으로부터 ‘초록우산 회장에 지원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황 회장은 이를 ‘인생 후반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운명적인 부름으로 받아들였다. 금융투자협회장 시절 초록우산에서 운영하는 한사랑공동체에서 중증장애인 대상 봉사활동을 했을 때 기억도 좋게 남아있었다. 과거 기관장으로서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다양한 단체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는데 초록우산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 늘 긍정적이었던 것도 기억났다. 무엇보다 스스로 다양한 기업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이 아동복지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봤다.

◇ 취임 후 초록우산에 새바람… 과감한 리더십으로 재단 리브랜딩부터 사업 효율화까지 주도 = 황 회장은 2022년 취임 후부터 기존 아동복지업계 수장들과 차별화된 리더십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켜 왔다. 대표적인 것이 초록우산의 ‘리브랜딩’이다. 황 회장은 취임 후 ‘재단에 대한 대중의 인식부터 바꾸라’며 재단명을 과감하게 개편하고 캐릭터도 만들었다. 초록우산은 지난 1948년 설립된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 한국지부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어린이재단, 2010년부터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2023년 8월 명칭을 초록우산으로 변경했다. 재단의 활동과 지향을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 아동복지라는 것이 결국 아이들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안전하게 키워 낼 수 있는 가정과 사회를 위한 지원도 포괄해야 한다는 뜻도 담겼다.
현 재단명인 초록우산은 아동복지의 모든 대상을 하나의 큰 우산 아래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의미다. 또 누구나 어린이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를 초록우산의 대표 색상인 초록과 연결해 ‘세상을 바꾸는 초능력’으로 명명하고, 관련한 브랜드 광고도 첫선을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재단에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친근한 이미지의 강아지 캐릭터 ‘초뭉이(초록우산 멍뭉이)’를 2023년 12월 최초로 만들었다.
재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목표·전략을 재정립하는 일도 황 회장이 주도했다. 초록우산이 그간 아동복지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지만, 시급한 문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주문이었다. 재단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해 초록우산은 여러 분야 중 보호대상아동, 자립준비청년, 인재양성아동, 가족돌봄아동, 이주배경아동, 위기영아 및 소아의료 지원 등 7개 영역을 중점사업으로 선정했다. 어린이 활동 영역이 디지털 세상으로 확대되는 등 시대변화에 맞춰 새로운 어젠다도 던지기로 했다. 온라인상에서 어린이 보호를 위해 마련한 ‘온라인 세이프티’ 활동이 그것이다. 초록우산이 황 회장 취임 후 사업과 조직이 정비되면서 내부에서는 ‘전략가이자 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리더’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취임 3년 차, 사회에 새로운 ‘나눔 화두’ 던지는 리더로… “새로운 기부 문화 확산에 주력” = 황 회장이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새로운 기부 문화 확산이다. 황 회장 스스로 “아동복지 모금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기업형 CEO가 유리할 것”이라는 신념도 밝힌 바 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모금을 이끌면서 새로운 기부 아이템도 모색하고 있다. 황 회장은 먼저 한국의 경우 대규모 기금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빅벳 필란트로피’가 기부 선진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한국형 빅벳 필란트로피 조성을 위한 ‘초록우산 그린 임팩트클럽’을 지난해 8월 발족했다. 각계각층 기부를 통해 어린이 관련 사회적 문제를 패키지로 풀어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중이다.
국내에서 생소한 다양한 기부 아이템을 발굴하고 확산시키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세상을 떠나기 전 평생 일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유산 기부’, 유족들이나 지인들이 고인을 기억하는 형태의 ‘추모 기부’ 등이 있다. 초록우산은 지난해 9월 추모 기부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일상기부 활성화 등 모금의 전통적 방식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과 후원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세밀한 모금 전략을 펼쳐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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