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IRA 폐기 가능성 적지만 배터리 보조금 변경 대비 협상 카드 많아야”

최지영 기자 2025. 1. 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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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協·율촌·美 로펌 세미나 열어
법률 전문가들 “공화당·기업들 IRA 폐기 반대”
“AMPC 유지·7500달러 보조금 폐지 전망”
“보편관세는 전략…협력 의제 개발해야”
발언하는 박태성 상근부회장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KBIA) 상근부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KBIA 제공.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면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배터리 기업이 받아 온 각종 보조금 요건이 변경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KBIA)와 법무법인 율촌, 미국 커빙턴 앤 벌링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글로벌 로펌인 미국의 커빙턴 앤 벌링의 조세 전문 구자민 변호사와 최용환·박준모·안정혜·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정책, 보편관세, 감세정책, 기술 통제 등에 대한 정책 동향을 발표하고 우리 기업 대응 방안에 대해 자문했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IRA 관련 정책 및 최신 동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IRA 폐지 법안이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IRA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지역구에서 1000억 달러 이상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와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끌어냈다"며 "IRA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개 지역구 중 8개가 공화당 소속"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석유 회사들도 탄소포집 세액공제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IRA 폐지에 대해 반대할 것이고, 농업 회사도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방향성을 제시한 건 맞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봤다.

신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친환경차 세액공제’(30D),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45W) 등 주요 조항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전기차 정책에 대한 규제는 재무부와 행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어 잠재적인 변경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DOE)가 중국 등 외국우려기업(FEOC)에 대한 규정을 수정할 경우 중국에 공급망이 있는 국내 기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 변호사는 "조항 변경 등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줄면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미국 정부와 끊임없이 접촉해 국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배터리 생존 전략은 한국배터리산업협회(KBIA)와 법무법인 율촌, 미국 커빙턴 앤 벌링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KBIA 제공.

박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단순히 친환경을 반대한다기보다는 감세법안 통과를 설득시키기 위해 (30D를) 폐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도 30D는 포기하고,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집중해 세액공제 혜택을 지켜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1㎾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AMPC 혜택으로 사업 적자를 피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기업들은 IRA 시행 이후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다만 IRA 보조금으로 실적을 방어해 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지난해 4분기(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255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AMPC 혜택을 제외한 적자는 약 6028억 원으로 불어난다. 삼성SDI도 지난해 4분기 2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 흑자를 달성한 SK온은 같은 기간 최소 1000억∼20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할 대응 전략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 변호사는 "트럼프가 보편 관세를 협상 카드로 던지고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에 끌려올 수밖에 없도록 협상의 도구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해 적극 협상하는 한편 트럼프가 강조하는 원자력 등 미국과 협력할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태성 KBIA 부회장은 "트럼프 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야 한다"며 "미국 현지화 전략 강화, 원가 경쟁력과 기술 초격차 확보,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공급망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급망 기업에 대해 한시적인 생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검토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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