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자들 “영장판사 색출” 법원 폭력난입

이상환 기자 2025. 1.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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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발부되자 서부지법 습격
경찰 폭행하고 법원 기물파손 난동
사법부 “법치주의 전면부정 중범죄”
46명 체포… 경찰 “전원 구속수사”
법원 난입 시위대, 경찰에 소화기 뿌리며 난동… 폭력현장 유튜브 생중계도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했다.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며 난동을 부리는 동안 다른 시위 참가자들이 유튜브로 이를 생중계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가담한 이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19일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아내자’며 서울서부지법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 쇠파이프 등을 든 시위대에 경찰기동대 42명이 다쳤고 7명은 중상을 입었다. 극단적 성향의 지지자들이 민주주의 근간인 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법부는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고, 경찰은 시위 가담자 전원을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월담을 시도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18일 오후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주변에 모여 대통령 구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정이 지나 19일 오전 2시 50분경 차은경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는 법원 후문으로 몰려가 담장을 넘었다. 경찰기동대가 방패로 진입을 막자 시위대는 방패를 빼앗고 법원 1층 유리창을 깬 뒤 안으로 들어갔다. 시위대는 법원 복도에서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영장 발부) 판사X 찾아라”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 가담한 일부 보수·극우 유튜버들은 난입 현장을 생중계했다. 시위대는 판사실 등이 있는 법원 7층까지 올라가 기물을 파손하고 사무실을 뒤졌다. 일부 시위대는 법원을 나서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둘러싸고 파손한 뒤 공수처 수사관을 폭행했다.
경찰기동대를 밀치고 법원 경내에 들어온 한 시위 참가자가 창문을 부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자 경찰은 오전 4시경부터 기동대 1400여 명을 투입해 오전 6시 7분경 시위를 완전히 진압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시위대 4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은 손목 인대가 파열되거나 머리가 찢어지기도 했다.

법원과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사법부 난입’에 유감을 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법원은 20일 오전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고 이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피해 상황을 둘러본 뒤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심각한 중범죄”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경찰의 채증 자료를 토대로 강력한 처벌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불법 폭력행위는) 대통령을 위하는 일도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모든 종류의 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란 동조 세력은 지난 새벽 헌정 질서를 거부하고 법치를 무너뜨리려고 했다”며 “(경찰은)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촉구했다.

방패 빼앗고 경찰 폭행-소화기 분사, 판사실 뒤지며 ‘3시간 난동’

[서부지법 폭력난입 사태]
尹지지 시위대 사상초유 법원 습격… 경찰 밀치고 유리창 깬 뒤 난입
전산장비에 물 부어 훼손하기도… 판사들 근무하는 7층까지 침입
경찰 42명 부상… 7명은 중상

가방을 멘 시위대가 금속 막대기로 보이는 둔기를 들고 법원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 안에는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다. 채널A 화면 캡처
19일 오전 3시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뚫어!” “밀어!” “대통령을 구조하라”고 외치며 난입했다. 이들은 10여 분 전 차은경 부장판사가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원 유리창, 출입문, 각종 집기를 부수고 경찰을 때렸다.

● 소화기-바리케이드-쇠파이프 들고 법원 난입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흥분한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의 현판을 짓밟고 있다.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날 오전 2시 50분 법원 근처에 있던 시위대는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차 부장판사를 욕하며 고성을 질렀다. 주변의 시위대가 “잘한다”며 동조하자 욕설과 고성이 점점 커졌다. 시위대는 경찰기동대의 경계가 정문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후문으로 점점 이동하더니 주변의 벽돌, 의자 받침대 등을 담 너머 법원 유리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시위대 사이에서 “윤 대통령이 아직 법원 안에 있고, 구조요청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법원 진입을 시도했다. 시위대 수백 명은 경찰기동대를 밀치고 후문 담장을 통과해 법원 출입구 통로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밀어! 뚫어!”라고 외치며 밀어붙였고 경찰은 방패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법’이라고 적힌 입간판 구조물이 쓰러졌다.
경찰기동대가 방패를 들고 막아서자 시위대가 몸으로 밀치면서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채널A 화면 캡처
오전 3시 21분경 시위대는 경찰을 뚫고 법원 안에 들어갔다. 이들은 복도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경찰을 향해 분사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의자, 책상 등 사무용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거나 던졌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 비품을 짓밟는 시위대도 있었다. 음료수 자판기와 정수기를 파손하고, 생수통을 통째로 뽑아 들고 각종 전산장비에 물을 부어 훼손하는 이도 있었다.

시위대는 영장을 발부한 차 부장판사를 찾아내자면서 법원 7층까지 올라가 사무실을 하나씩 뒤지며 문을 발로 차거나 개방한 뒤 안을 훑었다. 차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직후 퇴근해 다행히 법원 안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층에는 일부 핏자국도 남았다고 한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찰은 오전 3시 55분 “당신들은 건조물 침입, 퇴거 불응,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며 경고 방송을 한 뒤 오전 4시경부터 강제 해산에 나섰다. 그러자 일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훔쳐 법원 복도에서 경찰에게 돌진하다가 막히자 달아나기도 했다. 몇몇 법원 직원들은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에 공포감을 느껴 옥상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가 부순 서울서부지법 창문 앞에서 경찰기동대가 경계를 서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진압 작전 끝에 오전 6시 7분경 “법원 질서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물러간 자리를 경찰과 법원 관계자가 살펴본 결과 1층 법원 민원실은 물론이고 판사들이 근무하는 7층까지 여기저기 기물이 파손되고 난장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찰 ‘구속 수사’ 예고… 징역형 가능

18, 19일 양일간 법원 주변 시위와 법원 난입 사태 과정에서 경찰기동대원 등 경찰 42명이 다쳤고 7명은 중상을 입었다. 중상자 중엔 손가락, 머리 등이 찢어지거나 인대가 파열된 이들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 등에선 현장에서 다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경찰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었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타고 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도 유리창이 깨지고 타이어가 펑크 났다. 일부 공수처 수사관들은 옷이 찢기고 폭행을 당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사법 시스템으로 해결하지 않고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시위대를 비판했다. 공수처 수사팀에 대한 신변 보호 문제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19일 소방 당국에는 법원 난입과 관련해 총 41건의 부상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1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는 이송을 거부하거나 현장을 이탈했다.

경찰이 시위대에 ‘전원 구속 수사’를 비롯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입건될 경우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나온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여러 명이 단체로 집기를 집어던지며 시위를 했기 때문에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군중이 모여 폭행, 협박, 손괴를 일삼는 ‘소요죄’가 적용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요죄
여러 사람이 모여 협박, 폭력, 파괴 등의 행위를 하는 ‘폭동’ 범죄. 형법 제115조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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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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