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판 짓밟히고 곳곳 혈흔... 하루 사이 '쑥대밭' 된 헌법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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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9시에 찾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밤새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참혹했다.
이날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격분한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휩쓸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에도 법원 근처에서 미리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이어가려다가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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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차벽·바리케이드 동원해 전면 통제
지지자들 또 몰려와 불법 집회… 1명 체포
19일 오전 9시에 찾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밤새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참혹했다. 이날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격분한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휩쓸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박살난 경찰 바리케이드과 깨진 법원 유리창, 바닥의 핏자국 등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에도 법원 근처에서 미리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이어가려다가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인근 빌딩에도 쓰레기 봉투 쌓여
서부지법은 하루 사이에 쑥대밭처럼 변했다. 정문 외벽 타일은 뜯겨져 나갔고 정문 앞에 설치된 근조 화환은 뒤엉킨 채 쓰러져 있었다. 후문에도 성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1층 창문은 완전히 부숴져 내부가 훤히 보였다. 통째로 뽑힌 법원 현판은 찌그러진 채 위태롭게 난간에 걸쳐 있었다. 현판은 누군가에 의해 짓밟힌 듯 군데군데 검은 때가 묻어났다. 인근 빌딩에도 '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추라)' 구호가 적힌 손팻말, 담뱃갑, 페트병, 음료 캔이 뒤섞인 쓰레기 봉투 십여 개가 쌓여 있었다.
불법 폭력 사태를 지켜본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성당에 가기 위해 외출했다는 주민 A(70)씨는 "시끄럽고 무서워서 일부러 법원 쪽을 피해 빙 돌아서 가고 있다"고 했다. 법원 건너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9)씨는 "원래 오후 9시까지만 장사하는데 어제는 계속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오후 11시까지 운영했다"면서 "돈을 안 내고 도망친 사람도 많았는데 무서워서 한마디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경찰 미신고 집회 강력 통제
경찰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법원을 버스 차벽으로 둘러싸고 기동대 17개 부대를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는 등 경계 태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극성 지지자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법원 정문 오른쪽에 있는 '공덕 소공원'에 모인 이들 30여 명은 바리케이드 너머 경찰관에게 "한국 경찰이 아니라 중국 공안이다. 창피한 줄 알라"고 고성을 내질렀다. 현장을 촬영하는 취재진에게 "어디 소속이냐"고 묻거나 욕설을 퍼붓다 경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어젯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법원을 찾았다는 김모(39)씨는 "영장 자체가 위조"라고 주장했다. 배모(20)씨는 "우파들은 계속 평화 시위를 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방패로 시민들을 때렸다"면서 "법원을 부순 건 일부가 흥분해서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아 했다.
오후가 되자 집회 인원은 150여 명으로 더 늘어났다. 이들은 1시부터 '대국민저항권 선포' 집회를 개최했다. 관할 경찰서에 미리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 경찰이 강제 해산하려 하자, 흥분한 남성 1명이 바리케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가 "지금부터 불법 행위에 대한 채증을 시작하겠다"고 공지하자 20분 만에 집회는 중단됐다. 지지자들은 대신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으로 행진하며 "부정선거 검증하라" "윤석열을 석방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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