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오면 ‘짠 맛’ 나는 수돗물…경북 포항 형산강 취수장 고민[현장]

경북 포항시 남구에 사는 김명환씨(42)는 지난 11일 수돗물 수압이 낮아지고 필요할 경우 수돗물 공급이 특정 시간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장을 받았다. 수돗물에 염분 농도가 높아 정수장 물을 희석해야 하는데 작업기간이 최대 열흘이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재난·재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인구 22만명이 사는 남구 일대 전역이 ‘짠맛’ 수돗물 때문에 한바탕 난리였다”며 “수돗물에서 종종 짠맛이 난다고 민원을 제기해도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포항시가 바다와 인접한 형산강에서 취수하는 물에 염분이 많아 수돗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겨울철 등 비가 잘 오지 않는 시기에 지하수 염분 농도가 먹는물 기준치를 넘어서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서다.
19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시는 지난 11~13일 남구 일대와 북구 양학·죽도·용흥동 지역에 수돗물 제한급수 안내장을 배포했다. 제한급수는 특정 시간에만 수도를 공급하거나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포항시가 제한급수를 시행한 이유는 해당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형산강 취수원의 염분농도가 기준치를 넘었기 때문이다. 제한급수 당시 해당 취수원 염분 농도는 2000ppm(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으로 먹는물 기준치(250ppm)를 8배나 초과했다.
이 취수원의 평소 염분치(약 50~80ppm)와 비교하면 25~40배 높은 수치다. 해당 취수원은 포항 남구지역 등 15만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취수원의 염분농도가 높은 것은 바닷물 유입 때문이다. 강바닥 지하에 흐르는 물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형산강 취수원 취수정은 포항 앞바다에서 약 8㎞ 떨어져 있다. 갈수기에 물 부족 등으로 취수장 수위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바닷물 수위가 높아져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포항시 관계자는 “취수장 하류에 바닷물을 막는 보가 있어 바닷물이 직접적으로 취수정까지 닿지는 않지만, 강물에 바닷물이 오래 머물면서 취수정 주변에 흐르는 지하수에 영향을 준다”며 “갈수기에 취수장 염분농도 증가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한 달째 건조특보가 내려져 있다. 이 기간 포항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1㎜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증가한 염분농도는 물과 희석하는 방법 외에는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포항시가 제한급수를 결정한 것도 취수장의 염분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도 사용량을 줄이고 희석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기후변화 등으로 기상상황 예측이 어려워진 만큼 취수원 다변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민 이정목씨(48)는 “2021년에도 남구지역 전체에 짠 수돗물이 나와 민원이 폭주했었다”며 “태풍 힌남노때는 200년 빈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변화가 체감되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포항시는 인근 지역인 경주 안계댐 취수량을 늘리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취수정 관로 복선화 등 시설 개량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포항시 관계자는 “비가 적게 내린 시기에 형산강 취수량을 줄이고 안계댐 취수량을 늘리고 있다”며 “담수 유입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취수원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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