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공시에 '성공률 10%' 필수기재…거래소 기준에 제약사 '한숨'
단계별 성공확률 다른데…업계 "2·3상도 10% 일괄 표기, 투자자 혼란 부추겨"
한국거래소 "주의문구 보수적으로 설정…투자위험 종합적 고려"

의약품 임상 공시에 '성공확률 10%' 문구를 개발 단계 등과 상관없이 일괄 기재하도록 하는 금융당국 기준을 두고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오히려 신약 개발 실패 가능성을 강조해 투자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2020년 2월·12월 각각 발표한 코스닥·코스피 시장 내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투자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단 목소리가 신약 개발사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제약·바이오 업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명 '거품론'(버블)이 불거지자 이를 경계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공통적인 중요 경영활동을 △임상시험 △품목허가 △기술도입·이전계약 △국책과제 △특허권 계약 등으로 구분해 각각 공시해야 할 항목이 제시됐는데, 임상 중단·취소를 비롯해 의약품 허가취소 등 처분 사실, 투자자가 투자 위험도를 인지하고 판단하도록 하는 주의문구 삽입 등이 담겼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건 주의문구의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임상 공시를 할 경우 '투자유의사항'에 '임상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는 문구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는 이 '성공률 10%'란 문구가 임상 개발 단계 및 의약품 종류와 상관없이 일률 적용된단 점을 문제 삼는다. 임상 3상부터는 최종 품목 승인 성공률이 초기 대비 높아지는 데다, 의약품 종류에 따라서도 품목 허가율 다름에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보는 건 적합하지 않단 지적이다. 실제 하버드대 데이터 공개 플랫폼인 '하버드 데이터 사이언스 리뷰'(Harvard Data Science Review)의 '백신·항감염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 추정' 자료에 따르면 백신의 임상 3상 성공 확률은 평균 80% 이상이란 분석 결과가 밝혀진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기업 임상 3상 관련 공시를 보면 △셀트리온 CT-P51(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한국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LG화학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3상 다국가 임상시험 톱라인(Top-line·핵심) 결과 발표 △SK바이오사이언스 21가 폐렴구균백신 'GBP410' 미국 3상 IND 승인 △HK이노엔 비만치료제 'IN-B00009'의 3상 IND 승인 신청 등 개발이 진전된 사례에서도 모두 '최종 허가 확률은 약 10%'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국내 한 신약 개발사 IR(투자활동) 관계자는 "최종 승인 확률이 10% 수준이란 문구를 무조건 표기해야 하고 임상 2상·3상 공시의 경우 해당 단계의 성공 확률을 부수적으로 표기하는 것도 (거래소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2·3상 등 개발 단계에 진전이 있거나 (의약품별) 분야가 다른 경우까지 똑같이 적용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당시는 기업들이 코로나19 분야 투자를 확장하다 보니 거래소에서 이런 기준을 세운 건 이해한다"면서도 "5년 전 내용이 지금까지도 막연히 반영되는 건 신약 기업 입장에선 답답하다"고 전했다.
거래소가 제시한 '10%'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단 게 업계 주장이다. 국내 한 제약사 IR 관계자는 "거래소에 10%란 수치의 근거를 문의했을 때도 레퍼런스(참고자료) 공유 없이 통상적으로 개발 시작부터 완료까지 확률을 그렇게 정했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거래소 나름의 레퍼런스가 물론 있겠지만 명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투자자 보호 차원의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은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10%라는 기준은 미국바이오협회(BIO) 측 데이터를 참고한 수치"라며 "제약·바이오 분야는 투자자의 전문 지식수준이 중요한 만큼 주의문구도 보수적으로 설정한 경향이 있다. 개발 진행 상황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큰 산업이기 때문에 투자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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