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논란 자초한 SSG, 이번엔 박정태 영입 구설수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5. 1. 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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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징역형 지도자의 현장 복귀, 적절한가” 시끌
우승 감독과 팀 레전드 비정하게 내쳤던 지난 기억도 되살려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유연수는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였다. 프로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국가대표가 되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프로 3년 차 때 그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2022년 10월, 팀 동료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음주운전 차량이 들이받았다. 유연수는 이후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고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다. 다큐 제작자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쓴 《멍청한 백인들》에는 "마약보다 음주운전이 더 나쁘다. 마약은 스스로를 해치지만 음주운전은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유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프로야구계는 지금 박정태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의 현장 복귀로 시끄럽다. SSG 랜더스 구단은 지난해 말 박정태 전 코치를 퓨처스(2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현역 시절 '악바리'로 불린 박 감독은 은퇴 후 2012년까지 롯데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13년 만의 현장 복귀가 된다. 

2022년 11월8일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추신수(오른쪽)와 구단주인 정용진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단주 보좌역 맡은 조카 추신수에 '눈길' 

그는 지난 시즌 후 은퇴하고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 회장) 보좌역을 하게 된 추신수의 외삼촌으로도 유명하다. SSG 구단은 추신수와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지만, 박 감독이 SSG 혹은 이전 SK 와이번스와도 별다른 연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혹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2년여간 SSG 구단 선수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는데 그 시점도 추신수가 SSG 유니폼을 입은 이후다. 

'외조카 찬스' 의혹과는 별도로 박정태 2군 감독이 계속 입길에 오르는 것은 그의 과거 이력 때문이다. 그는 2019년 음주운전과 시내버스 기사 운전 방해 및 폭행 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술에 취한 상태로 운행 중인 버스에 올라타 운전기사를 겁박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혀 있다. 당시 재판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박 감독이 이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것이었다.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다. 당시의 CCTV 영상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SSG 구단은 박 감독이 "선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선수별로 육성 솔루션을 제시하고, 투지와 끈기의 문화를 선수단에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으나 박 감독은 12년 동안이나 프로야구 현장을 떠나 있었다. 선수단 문화는 그가 프로 지도자로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돌이켜보면, SSG 구단은 2021년 1월 창단 이후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시즌 개막일부터 시즌 마지막 날까지 내내 1위를 유지하는 것)을 함께한 류선규 단장을 그해 경질했고, 우승 다음 해(2023년)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원형 감독을 잘랐다. 당시 SSG는 정규리그 3위였다. 구단 인수 전에 SK에 의해 정해진 단장과 감독이라는 점이 있었으나, 그래도 창단된 SSG를 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큰 성과를 거뒀던 이들이었다.   

2023년 말에는 팀 프랜차이즈였던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중견수가 필요했던 한화 이글스가 지명하는 일이 있었다.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였다. 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성용 단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번에 박정태 2군 감독을 선임했다. 우승 감독과 팀 레전드를 비정하게 내쳤던 구단의 행보가 맞는지 모르겠다. 음주운전에 너무 관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박정태 SSG 2군 감독 ⓒ뉴스1

강정호 승인 불허했던 허구연, 이번엔 '침묵'

지도자와 선수 간 차이는 있겠으나 박정태 2군 감독의 복귀는 과거 강정호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이 있다. 박 감독과 똑같이 3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복귀가 여의치 않자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오려고 했다.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달여 후 KBO는 히어로즈 구단과 강정호의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KBO가 근거로 든 것은 야구 규약 제44조 제4항이었다. 규약에는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 혹은 감독은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대상이 아닌지 자못 궁금하다. 

KBO는 이후 이사회를 열어 음주운전 관련 제재를 강화했다. 면허정지 시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 시 1년 실격처분, 2회 음주운전 시 5년 실격처분, 3회 이상 음주운전 시 영구 실격처분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모든 법이 그러하듯이 소급 적용은 할 수 없겠으나, 현재 규정상 영구 실격처분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이의 현장 복귀를 과연 누가 납득할까. 

프로야구는 지난해 음주운전 관련 몸살을 앓았다. 4월에는 원현식 심판이 모친상 발인 날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1년 실격 징계를 받았다. 7월에는 LG 트윈스 최승준 코치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LG 구단은 이후 코치 계약을 해지했다. LG는 코치뿐만 아니라 선수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9월에는 투수 이상영이, 12월에는 내야수 김유민이 음주 단속에 걸려 KBO로부터 1년 실격처분 징계를 받았다. 롯데 자이언츠 김도규 또한 작년 11월 음주운전이 적발돼 70경기 출장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헤집었던 정수근도 음주운전 등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1월8일 특수상해·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며 곧바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그는 술자리에서 지인을 폭행하고, 재판 기간에 혈중알코올농도 0.064%인 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정수근은 이전에도 음주운전이 5차례 적발돼 벌금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금은 과한 비약일 수 있으나 징역형의 박정태 2군 감독도 현장에 복귀했기에 훗날 정수근 또한 프로 지도자로 복귀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모래성과 같은 인기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씩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면서 종국에는 손쓸 새도 없이 무너진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스포츠라면 응당 그 응원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음주운전을 하고 징역형까지 받은 이의 지도를 받는 팀을 팬들이 응원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강정호 때처럼 허구연 KBO 총재의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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