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대 1’ 인도 공과대 출신 천재…한국 교육 스타트업으로 대박낸 사연은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2025. 1. 1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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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타트업 1호 인도인 CEO, 아가르왈 판카즈 대표
전기도 없는 인도 시골서 자라
삼성전자 글로벌 장학생 선정
韓서 1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해
“교육 불평등 기술로 해결하자”
AI 기반 자기주도학습 앱 개발
전세계 8000여개 학교서 활용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가 서울 문정동에 있는 태그하이브 사무실에서 교육 앱 연동 클리커를 보여주며 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한국 스타트업 최초의 인도인 최고경영자(CEO)’.

에듀테크 스타트업 태그하이브의 아가르왈 판카즈 대표에게 붙은 별칭이다. 2017년 창업한 이후 2021년에는 ‘인도의 영향력 있는 젊은 사업가 40명’에 선정되기도 했던 판카즈 대표는 줄곧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태그하이브 본사에서 판카즈 대표를 만나 그가 살아온 얘기에 대해 들어봤다.

인도 북부 시골 마을 비하르에서 태어난 판카즈 대표는 전기와 인터넷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공부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입학 경쟁률이 1300대1에 달하는 인도 최고 명문 인도공과대학교(IIT)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2004년 학교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 한 장이 판카즈 대표의 인생을 바꿔놨다. 바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장학생 프로그램 모집 공고였다. 흥미가 생겨 지원했더니 턱 하고 붙어버렸다. 한국에 온 그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쳤고, 삼성전자 소속 외국인 직원 중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도 다녀왔다.

판카즈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1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Lab을 알게 됐고,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갈증을 느껴왔던 그는 C-Lab을 통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판카즈 대표는 “창업을 하면서 되새긴 물음이 바로 ‘가난한 아이들이 꿈과 비전을 품고 자신들의 삶과 가능성을 높이려면 기술로 어떻게 기여해야 하나’였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그가 다녔던 교실에는 책상과 의자가 없어 맨바닥에 앉아서 공부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으니 TV, 빔프로젝터, 인터넷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빈부 격차보다도 교육 격차가 아이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박탈해 빈곤을 대물림시키는 원인”이라며 “교육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태그하이브는 현재 ‘클래스 사티(Class Saathi)’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고 있다. 클래스 사티는 ‘학생의 친구’ ‘교실의 친구’라는 의미다. 이 앱을 작동시키는 리모컨의 일종인 클리커(Clicker)를 활용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 양방향 소통을 촉진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자기주도 학습 앱으로, 개인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사를 위해서는 시험과 숙제 할당, 실시간 퀴즈, 학급 선거와 투표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학생은 시험과 숙제 제출, AI 모의고사, 일일 학습 계획표를 비롯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과 인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8000개 이상 학교에서 클래스 사티가 사용되고 있다.

클래스 사티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카즈 대표는 “클래스 사티를 통해 학생은 수업 시간에 다양한 질문에 응답할 수 있고, 교사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다채로운 학습이 가능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앞으로도 기술로 전 세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판카즈 대표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 성공을 이뤄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비결로 언어와 문화를 강조했다. 실제 그는 힌디어와 영어는 물론, 한국어에도 매우 능통하다. 그는 “처음 창업을 하고 한국인 심사위원 앞에서 기업설명회(IR)를 하는데 한국어로 발표를 진행했더니 심사위원들이 매우 흡족해하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판카즈 대표는 “글로벌 테크기업 CEO 중 인도인이 굉장히 많다”며 “한국의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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