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떨어지면 회복 어려워”…崔 대행, 대외신인도 관리에 ‘올인’
대외신인도 강등 시 경제위기 가능성 판단
(시사저널=김태영 시사저널e.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집행됐지만, 형사재판은 물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 갈 길이 멀다. 자칫 조기 대선까지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전이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 관리에 동분서주하면서 매주 거시경제·금융간담회(F4회의)를 주재하는 등 대외신인도 관리에 '올인'하고 있다. F4회의란 'Finance 4'의 축약어로, 재정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부총리와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함께 모이는 자리다. 이들은 현재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분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보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외신인도는 절대 흔들려선 안 돼" 특명
최 권한대행이 유독 각별히 강조하는 핵심 사안은 대외신인도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대외신인도 관리를 핵심 방향의 한 축으로 설정한 바 있다. 1월10일 최 권한대행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한국 경제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한 경제외교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외신인도란 외부 또는 외국에서 보는 기업 또는 국가에 대한 신뢰 수준을 의미하는 용어다.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척도는 국가신용등급이다.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듯 신용평가사가 국가의 재정 등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무디스, 피치, S&P 등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전체 국제신용평가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20여 개 등급으로 세분돼 있다. S&P는 투자적격 등급(AAA~BBB-), 투자주의 등급(BB+~CCC-), 투자부적격 등급(CC~D) 등 총 23개 등급으로 분류해 신용을 평가한다. 여기에 '안정적' '부정적'이라는 전망도 덧붙인다. 한국은 세 번째로 높은 AA 등급으로,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 이자는 오르고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준다. 특히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비용이 증가해 물가는 오르고 기업 부담도 가중된다. 경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도 올 수 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정치 불안이 지속된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프랑스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2%대였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로 훌쩍 뛰기도 했다.
국가신용등급은 한번 내려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오르는 것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가능하다. 때문에 한번 추락하면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국은 2001년 IMF의 구제금융 조치를 졸업했지만, IMF 직전 수준(AA-)으로 신용등급을 회복한 것은 2015년이다. 이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27일 국제금융협력대사에 최종구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올해 1월6일 국제투자협력대사에 최중경 전 금융위원장을 임명했다. MB(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최중경 대사와 문재인 정부 첫 금융위원장을 지낸 최종구 대사를 통해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어 해외 언론,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직접 소통하며 대외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월9일 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마리 디론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제임스 롱스돈 피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킴엥 탄 S&P 국가신용등급 아시아-태평양 총괄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들과 잇달아 화상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대행은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대해 소개하며, 중요 민생법안들이 빠르게 처리되고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원활히 실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월10일에는 한국 경제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임명한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와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를 접견하고 경제외교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
최 권한대행은 "한국의 금융·외환시장이 비상계엄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며 "재정·금융 당국이 긴밀하게 공조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해외에서 한국경제설명회(IR)를 열고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정부의 대응 노력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3대 신용평가사는 최 권한대행과의 면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앞서 피치도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해 재정이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대 평가사 "정치 불안 영향 아직은 제한적"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코스피는 25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월8일 코스피는 약 한 달 만에 2500선을 넘어서는 등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다시 붕괴되면서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여파로 148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1450원에서 1460원 선을 오가고 있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까지 오르게 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고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물가상승률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슈가 될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수반 공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출 역량 저하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차기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린다"며 "240일간의 대통령 부재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치 불안이 우리나라의 향후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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