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역풍’인가…윤석열 지지율 40%의 비밀은 [박동원의 시시비비]
조기 대선 정국으로 국면 전환 ‘尹 평가’에서 ‘이재명 평가’로 상수 변경
(시사저널=박동원 폴리컴 대표)
새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40%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고발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응답률 높은 전화면접 조사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오자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여론 변화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7년 탄핵 당시와 너무나 상반된 현상에 대해 '민심의 역풍이다' '보수층 과다 표집이다' 등의 논란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탄핵 인용 찬성이 높은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민주당 지지율 하락, 중도층 변화 등 세 가지 경향이 일관되게 현상적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보수가 결집했다는 분석엔 크게 이견이 없지만 이념적 중도층도 움직였다. 한국갤럽 12월 3주 차 조사에서 이념적 중도층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6%, 국민의힘 13%였다. 1월 2주 차 조사에선 각각 35% 대 24%로 좁혀졌다. NBS 조사에서도 39% 대 16%에서 34% 대 21%로 좁혀졌다. 최근 조사들을 단지 보수 과다 표집으로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자체 상승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왜 보수 결집과 중도층 변화가 일어났을까.
정치적 상상력을 더해 최근 조사 결과들을 해석해 보면 첫째, 근본적으로 국면 전환이 이루어졌다. 국민 다수가 대통령 탄핵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차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계엄 이전엔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가 상수였지만, 탄핵소추 이후 탄핵심판을 주도하고 차기 수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절대 다수당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상수가 되었다. 여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 '압도적 1위'로 단독 질주하는 이재명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며 보수의 경계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면 'A 대 B'가 아니라 'A 대 –A'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민주당, 무리한 속도전으로 지지율 하락
둘째,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과도한 대응이다. 선거법 위반 등 2심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조급증과 민주당의 과도한 속도전이 불신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최근의 여론 변화 원인을 여론 편승과 가짜뉴스로 돌리지만,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실제 여론이 바뀌기 시작한 건 한덕수 대행과 국무위원들에 대한 '줄탄핵'을 압박하던 12월 3주께부터다. 계엄으로 국가가 초비상 상황에 놓인 위기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게 민심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이미 시작되었고 위기를 수습하고 민생 안정에 집중해야 할 다수당이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너무 세게 몰아붙였다. 가뜩이나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로 국민 마음이 우울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에만 집중하는 듯한 민주당의 무리한 속도전이 스스로 지지율 하락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셋째, 2030세대의 지지율 변화다. 12월 3주 차와 1월 2주 차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를 보면 20대 민주당 40% → 32%, 국민의힘 15% → 22%, 30대 민주당 54% → 33%, 국민의힘 19% → 27%로 변했다. 1월13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2030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보다 높았다. 정치적으로 다소 무감하던 2030이 이번 계엄을 통해 계엄 이전 민주당의 '줄탄핵' '예산 삭감' 같은 입법 폭주 행위를 새롭게 각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2030 사이에선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념성이 약하고 공정성에 민감한 2030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무리한 대응,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제외 등이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불공정으로 읽힌 게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탄핵을 경험한 보수의 학습효과다. '친이-친박' 갈등으로 기반이 와해된 보수는 결국 탄핵에 이르렀고, 오랜 기간 정권을 잡기 어려울 거란 예상을 깨고 겨우 기사회생했다. 분열의 참혹한 결과를 뼈저리게 경험한 보수가 이번 탄핵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며 다시 모여들었다. 흩어진 병사들이 깃발 아래 다시 모이는 '깃발 효과'라 볼 수 있는데, 집 나갔던 보수와 중도보수가 다시 복귀할 근거지인 국민의힘이 비록 계파 간 갈등은 잠재되어 있지만 극단적 상황만큼은 피해 가며 아직은 버티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계파 갈등은 위험요소
여론 변화의 이유 중 하나로 과다 표집 문제가 제기되는데, 여론조사에서 이념층 비율은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과다 표집'은 조사기관이 의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특정 이념층의 증가도 추세가 일정하면 여론이다. 자신감의 회복은 주위 여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고, 따라서 응답에도 적극적이게 된다. 다만 국정수행 평가와 대통령 지지율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국정수행은 부정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탄핵 전 국정수행 평가와 대통령 지지율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리고 ARS 조사의 변화 폭이 좀 더 큰 것은 정치 고관여층이 더 많이 응답하고 무응답층이 적기 때문이다.
여론은 바람과 같다. 한국 정치에서 지지율 상승은 대부분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얻는 반사이익다. 국민의힘도 지금 지지율 상승에 대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자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여론 수치 변화의 가장 주된 요인은 오롯이 이재명 대표의 조급증과 민주당의 속도전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우리 정치는 늘 지지율 폭락을 겪으면서도 금세 잊고 오만에 빠진다. 매번 그렇지만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향후 몇 번의 등락을 겪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 여론은 과정일 뿐이고 여론의 최종 목적지는 선거다.
하염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던 국민의힘은 보수 결집으로 조기 대선에서 '샅바'는 잡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계엄 이후 강성으로 치닫는 보수 내 지형과 잠재된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그리고 탄핵 찬성 여론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계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 하락과 더불어 만약 대선 전에 2심이 유죄로 나와 중도 표심이 흔들리며 후보 교체론이 대두되면 민주당도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또한 절대 다수당이 정권마저 잡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큰 걸림돌이다. 한쪽의 혼란은 한쪽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무리하거나 분열하지 않고 얼마나 안정감을 유지하느냐에 향후 여론 향배가 달렸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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