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전설에서 체육 대통령으로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4 아테네 올림픽. 단연코 대회 후 한국 최고 인기스타가 된 사람은 유승민이었다. 전국은 탁구 열기가 불었고 학생들은 방과 후 탁구장을 들러 '나도 유승민'이라 외치며 서툰 탁구채를 흔들었다.
그만큼 유승민의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은 대단했다. 모두가 '힘들다'고 한 승부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더 짜릿했다.
만리장성을 쓰러뜨리고 '탁구 전설'이 됐던 유승민이 이제 '체육 대통령'이 됐다. 체육계 그 누구도 이기흥 회장의 3선을 막을 수 없다고 봤지만 유승민은 2004년 그때처럼 21년이 흘러 다시 기적을 써냈다.
▶최연소, 최연소, 최연소
14살의 나이에 탁구 국가대표가 되며 신유빈 이전 '원조 탁구 신동'이었던 유승민. 18세의 나이에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며 탁구 국가대표 최연소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그다.
그리고 모두가 기억하는 2004 아테네 올림픽의 전설을 만들었다. 당대 최고·최강의 선수였던 중국의 왕하오를 상대로 6전 전패 절대 열세였기에 결승전 매치업이 결정된 후 그가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란 기대감 역시 적었다. 하지만 유승민은 짜릿한 역전극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탁구의 전설로 거듭났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총 8번의 올림픽에서 중국 탁구가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것은 딱 한번. 바로 유승민에게 패한 2004 아테네 올림픽이다.
전설적인 선수생활 이후 은퇴하고 행정가의 길을 걸은 유승민은 IOC 선수위원,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장 등으로 경험을 쌓아가다 2019년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인해 공석이 된 대한탁구협회장 보궐선거에 당선돼 재선까지 해냈다. 36세의 나이에 탁구협회장에 올랐는데 당연히 체육회 가맹단체 회장 중 최연소였다.
그러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42세의 나이로 당선되며 이 역시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는 길마다 최연소였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다.
▶단일화 실패…모두가 안될거라 봤지만
이번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기흥 회장에 반하는 세력이 많아져 무려 6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역대 최다 후보 선거전. 이에 이기흥 회장의 3선을 막으려면 단일화가 되어야한다는 열망이 높았기에 실제 후보들은 단일화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랐고 사실상 단일화가 실패하며 체육계에서는 '어차피 회장은 이기흥'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14일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뚜껑을 열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선거인단 2244명 중 약 절반인 1209명이 투표했는데 유승민 당선인은 417표를 받으면서 2위 이기흥의 379표를 38표차로 이기고 당선된 것. 고작 38표차였기에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표심의 향방, 유승민 체재의 과제
체육계는 유승민의 당선에 놀라움과 충격을 동시에 받았다. 이기흥 회장 측은 투표 중에도 50%이상의 득표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을 정도다. 실제 유승민 당선 후 체육회 등은 어떤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후문.
결국 예전처럼 시도체육회 간부들의 표심만 잡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닌 현 선거 체재가 이변을 가능케 했다. 물론 216표로 3위를 기록한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이 이기흥 회장의 표를 나눠가졌다는 분석도 따른다. 체육회 간부들의 표가 갈렸다는 것.
또 유승민 당선인은 간부들보다는 시도단체 실무자와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표를 호소한 것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대한체육회 가맹 68개 전 종목을 체험하고 짧은 영상(쇼츠)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유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실제로 유승민 당선인은 IOC 선수위원이 될 때도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선수촌에서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15시간가량 25km를 걸으며 선수들에게 표를 호소한 끝에 당선된 바 있다.
발로 뛰며 표를 구하고 "탁구협회장을 하며 5년간 단 한 번도 법인카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청렴함을 강조한 것이 문체부로부터 금품 수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직무정지까지 당한 이기흥 전 회장과의 차이로 선거인단에 어필되기도 했다.
이제 유승민 회장 체재의 대한체육회는 가장 먼저 정부와의 갈등부터 풀어야한다. 이기흥 전회장이 워낙 정부와 큰 갈등을 빚어 체육회 예산이 무려 1000억원 가량 삭감됐기 때문이다.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유승민 당선인이 이 문제부터 풀고 체육회 노조에서 이기흥 전 회장에 대한 반발로 시위까지 했던 상황을 진정시키고 나아가야한다.
유승민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2016년 체육회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민선 체육회가 출범했는데, 여러 구조적인 부분이 정리가 안 되고 있다. 그게 해결되면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이 다 해결될 것이다. 지방체육엔 특히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민선 3기로 넘어갈 때 뭔가 구조를 만들어서 넘겨줘야 한다. 그와 동시에 아수라장이 된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해 우선으로 뛰겠다"며 자신이 해결할 문제를 공표했다.
14세의 나이에 국가대표가 돼 22세에 올림픽 금메달, 36세에 탁구협회장, 그리고 42세에 대한체육회장에 오른 유승민. 대이변을 일으키며 탁구 전설에서 체육 대통령이 된 그가 과연 한국 체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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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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