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 압력 가중” 올해 첫 경제 진단…경고 수위 높인 정부

김원 2025. 1. 1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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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제기구 경제 진단
정부가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매달 펴내는 보고서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가 담겨있다.

기재부는 지난달(지난해 12월) 그린북에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고 썼다. 이달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란 표현이 빠졌고, 대신 ‘고용 둔화’를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높은 고용률 등을 부각하며 긍정적 평가를 해왔던 것과 대조된다. 경기 전반에 대한 진단도 “하방 위험 증가 우려”에서 “하방 위험 증가”로 달라졌다. ‘우려’란 단어를 빼고 경기 추락이 현실이 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조만간 지난해 4분기 GDP(국내총생산)가 발표될 텐데, 전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말했다”며 “그것을 참고해 ‘우려’란 단어를 빼고 ‘하방 압력 증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소비나 내수 특히 건설 경기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고, 계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만2000명 줄면서 3년 10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다.


IMF, 한국 성장률 2% 유지했지만…4월 하향 조정 가능성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진행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 기획재정부]
실업률도 지난달에만 0.5%포인트나 뛰며 3.8%를 기록했다,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고용률(61.4%)은 0.3%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폭(-9만7000명)이 커졌고, 최악의 불황을 겪는 건설업 취업자도 크게 줄었다(-15만7000명).

가계·기업의 경제 심리 위축도 뚜렷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4로 전달(지난해 11월)과 견줘 12.3포인트 급락했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기업심리지수(전산업 CBSI)도 지난달 4.5포인트 하락했고, 이달 전망 지수는 전월보다 7.3포인트 더 낮았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역시 지난해 11월 62.4에서 지난달 53.7로 떨어졌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파로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오르며, 11월(1.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계엄 이후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대에 육박하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2.4%, 1년 전보다는 7.0%나 뛰었다.

이는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과자·음료·생필품·화장품 등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의 가격 오름폭이 크다. 국제 유가가 오르고, 고환율 영향을 받으면서 기름값도 13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6일 L당 1713.63원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서만 2.6%(42.98원) 올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경기 위축 우려가 더욱 커졌지만, 환율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동결을 선택했다. 이에 나라 살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올해 경제정책방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전체 예산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이 17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숫자와 동일하다. 그 사이 ‘12·3 비상계엄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등 국내 정국 혼란이 이어졌지만, IMF는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는 정부(1.8%)와 한국은행(1.9%)의 전망치보다는 높고, 한국개발연구원(KDI·2.0%)과는 동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보다 낮다.

계엄사태와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지만, 2개월 전 전망치를 그대로 둔 데 대해 고영욱 기획재정부 국제통화팀장은 “IMF에 문의하니 이번 발표의 기준이 되는 시점이 12월 중순인데, 당시까지 나온 데이터를 근거로 전망치를 예상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IMF도 전망치를 집계하면서 계엄과 탄핵 등을 고려했지만, 데이터로 판단하기에는 변화 폭이 충분치 않았고, 성장률을 바로 낮추는 건 성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IMF에서는 일단 국내 정치 이슈를 하방 요인으로 고려해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데이터가 나오는 4월 발표 때 다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IMF가 두 달 전에도 밝혔듯이 ‘불확실한 대외 여건’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시장 상황에 민감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1%대 초반대까지 떨어뜨리며 ‘성장 쇼크’를 경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동결(연 3.0%)하면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이전 전망치인)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가 아니라 0.2%포인트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황을 비춰볼 때 IMF도 오는 4월 전망 때는 한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보다 0.1%포인트 상향한 3.3%로 제시했다. 미국은 지난 전망보다 0.5%포인트나 올린 2.7%, 중국도 0.1%포인트 상향한 4.6%였다. 반면 독일(-0.5%포인트), 프랑스(-0.3%포인트) 등 유로존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확장적 재정정책, 이민 정책 등은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IMF는 “확장적 재정 정책,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 신흥국 자본 이탈을 초래해 세계 경제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IMF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물가·성장·고용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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