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우짜믄 좋노?… 정원 보러 오이소[김선미의 시크릿가든]
《부산은 바다의 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최근 문화 감성 가득한 정원들이 도시 일상에 녹아들고 있었다. 예술과 커피, 부산시와 로컬 기업의 도전 정신이 있었다. 이래저래 해외여행이 부담스러운 요즘, 부산은 소소한 휴식과 가슴 뛰는 감동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여행지 아닐까. 바다 위로 뜨는 해를 보며 새해를 살아갈 다짐을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을 정원 여행자의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 옛 부산시장 관사를 소풍하듯 산책
요즘 부산의 대표 ‘핫플’로 떠오른 곳이 있다. 옛 부산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수영구 남천동 복합문화공간 ‘도모헌’(면적 1만8015㎡)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021년 취임 후 관사에 입주하지 않고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힌 뒤 개조 공사를 거쳐 지난해 9월 전면 개방됐다. 지금까지 12만 명 넘게 다녀갔다.
도모헌에 들어서면 마치 청와대 경내를 걷는 기분이다. 산책로를 따라 오래된 소나무를 비롯해 149종류 4만 그루 나무가 심어져 있다. 실제로 1984년 대통령 지방 숙소로 지어져 ‘지방 청와대’로 불렸다. 이후 부산시장 공관으로 사용되며 2004년부터 일부 공간이 개방됐으나 대통령과 시장이 머무르던 본관까지 전면 공개된 것은 40년 만이다. 김중업 건축가(1922∼1988)가 설계한 건물을 최욱 건축가가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문을 연 모모스커피 해운대 마린시티점은 ‘부산시 아름다운 조경상’을 받은 ‘오션뷰 맛집’이자 ‘정원 맛집’이다.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면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심어진 숲정원을 거닐 수 있다.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느릿한 시선을 바다와 숲에 두는 사람들의 표정이 평안해 보인다. 요가와 러닝 모임이 이뤄지기도 하는 이 정원 이름은 ‘모두의 정원’이다.

부산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들에 들어섰기 때문에 모모스커피 매장 네 곳만 ‘도장 깨듯’ 순례해도 훌륭한 부산 도시 여행이 될 수 있다. 특히 봉래동 물양장(소형 선박 접안 부두) 앞 창고를 개조한 영도 로스터리&커피바는 6·25전쟁 중 피란민촌이던 영도에 멋쟁이 MZ세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부산에 밀면과 돼지국밥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모스커피가 부산 커피 문화를 이끌고 있다.
● 부산 제1호 민간정원 ‘F1963’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3’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나무 숲이 눈과 마음을 씻어준다. 2016년 심은 대나무 묘목들이 지금은 울창한 숲을 이룬 ‘소리길’이다. 도시에 초록색 산소를 훅 불어주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탄생한 부산시 제1호 민간정원(법인, 단체 또는 개인이 가꾼 정원을 개방하는 산림청 지정 정원)이 바로 F1963 정원이다. F1963은 고려제강 공장이 설립된 해인 1963과 공장(Factory)의 ‘F’를 합친 단어다. 1963년부터 45년간 가동하던 공장이 이전하고 창고로 사용되다가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이면서 거듭났다. 공장은 예술홀, 창고는 도서관, 부속 건물은 유리 온실로 탈바꿈했다. 국제갤러리, 예스24, 테라로사커피에 이어 2021년에는 현대모터스튜디오도 자리 잡았다.




부산 동쪽 기장군으로 향하는 도중 해운대 달맞이길에 올랐다. ‘문탠로드’ 산책로에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겨울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부산 문화를 이끄는 조현화랑에서는 다음 달 중순까지 권대섭 도예가의 달항아리 전시와 황지해 정원가의 작품 ‘물이 오를 때’ 전시가 열린다. 흙과 자연을 매개로 생명력과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황 작가는 “박주가리 씨앗을 통해 미기후(微氣候·지면에 접한 대기층 기후)가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고 견고하게 지켜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 그 밖의 추천 여행지 |
| ◇해동용궁사 부산 기장군 바다와 맞닿은 사찰. 풍광이 뛰어나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에 속한다. 바다 위로 해가 뜨기 전 색감이 마크 로스코 그림과 흡사하다. 정성스레 고른 새해 소원 하나를 빌어 본다. ◇감천문화마을 피란민촌이라는 역사와 공공미술이 만나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산기슭에 알록달록 칠해진 집들이 이탈리아 친퀘테레를 연상케 한다.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흰여울문화마을 부산 대표 원도심이 독창적 문화예술마을로 거듭났다.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영화 ‘변호인’과 ‘범죄와의 전쟁’ 등이 촬영됐다. 형형색색 계단과 산책길 끝에 있는 동굴이 사진 명소다. |
글·사진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외환죄’ 뺀 내란특검법 수정안, 野주도 한밤 처리…與 “독소조항 여전”
- [사설]39% 대 36%… 홀로 과속하다 지지율 역전당한 野
- 尹, 오늘 오후 2시 영장심사 불출석…“방어권 포기로 비쳐질수도”
- [김순덕의 도발]‘위조 민주주의’에 취했던 대통령 윤석열
- 시진핑, 트럼프 취임식 2일 앞두고 전화 통화
- “노상원 ‘잡아 족치면 부정선거 확인’ 주장…야구방망이-복면 준비 지시”
- 이재명 ‘대장동 법정’ 조퇴…오후재판 1분만에 종료
- [사설]洪 6% 韓 6% 吳 4%… 1등은 7% 김문수인 어수선한 與
- [사설]판사 테러 협박에 ‘죽음’ 선동까지… 위험선 넘은 불신과 증오
- 이주호, ‘딸 공동저자’ 특혜 논란에 “교수 대 교수로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