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89]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살면서 흔한 질문 중 하나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방황이다. 심야 라디오를 진행할 때 특히 이런 사연이 많았는데, 고민 끝에 내가 내린 답은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해야 하는 일은 매일. 하고 싶은 일은 가끔. 그것이 내가 얻은 생활의 지혜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하고 싶은 일만 하면 행복할까. 일본의 다카마쓰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다. 좋아하던 우동을 실컷 먹는 게 목적이었다. 이틀 간격으로 우동 버스와 우동 택시를 타고 심지어 우동 대학에도 입학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방문했다던 우동집까지 찾아 종일 우동만 먹은 지 사흘째, 우동 국물이 느끼해 고역이 따로 없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한 예술가와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는 한 가지 소재에 천착해 대가가 된 사람이었다. 그에게 한 가지 소재만 다루면 지겨울 때도 있지 않냐고 물었다. 소재가 하나라도 깊이 때문에 모두 담아낼 수 없이 늘 새롭다는 그의 인터뷰가 떠올라서였다. 그의 취중진담은 “처음엔 좋았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곧 이젠 다른 것도 하고 싶은데 세상이 자신에게 원하는 게 그것이라는 한숨과 함께 솔직히 지겹다는 말이 이어졌다. 인간적인 그 말에 ‘하고 싶은 것도 가끔 해야 행복하구나’라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유독 환한 빛에 스미는 그림자는 더 깊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는 로커를 꿈꿨지만 밤무대 밴드가 된 주인공에게 “넌 행복하냐? 우리 중에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은 너밖에 없잖아!”라고 묻는 친구의 대사가 나온다. 참 아픈 질문이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매일 버스를 운전하며 가끔 시를 쓰고, 햇빛 속 관엽식물처럼 충만하고 고요한 삶을 사는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도 있다.
꿈에 다가가는 것도 멀어지는 것도 늘 힘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이 어디 쯤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성실한 화장실 청소부로 틈이 나면 나무를 찍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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