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전쟁에 기진맥진, 中 알·테 공습까지…'매력없는 유통기업'

이선아/라현진 2025. 1. 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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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주 운명 가른 3가지
(1) 내수에 갇힌 사업구조
(2) C커머스로 '집토끼' 탈출
(3) 턱없이 낮은 해외 매출비중
사진=연합뉴스


“월마트 주가가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해다.” 지난해 11월 로이터는 이같이 분석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월마트가 미국 캐나다 남미 인도 등에서 각광받자 작년 한 해 월마트 주가는 랠리를 펼쳤다. 16일(현지시간) 월마트 종가는 91.3달러로 지난해 1월 2일 대비 71.94% 급등했다. 월마트뿐 아니라 아마존, 알리바바, 메르카도리브레 등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주가도 대부분 고공행진했다.

국내는 딴판이다. 이마트, 롯데쇼핑, 신세계 등 국내 유통주 주가는 지난해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유가 뭘까.

 ○내수는 출혈 격화, 해외는 걸음마

지난해 할인행사를 진행한 롯데마트 서울역점·미국 코스트코 LA 매장


유통주는 보통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불황에도 생활필수품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은 바닥을 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0.6%, 롯데쇼핑은 3%에 그쳤다. 자체 마진을 줄여 할인폭을 늘리는 등 가격 출혈 경쟁을 펼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아마존(10.5%)과 월마트(4.3%), 코스트코(3.7%)의 영업이익률보다 훨씬 낮다.

소비 부진 속에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까지 국내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초저가를 앞세워 한국을 공략했다. 국내 유통사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충성 멤버십 고객’도 부족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트코, 아마존 등은 자신만의 구독 생태계를 통해 충성 고객층을 탄탄히 유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이런 고객층을 갖춘 기업은 쿠팡뿐”이라고 지적했다.

한정된 내수 시장 속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려면 해외 영토 개척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해외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유통 대장주 ‘투톱’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 10%에 그친다. 코스트코(31%), 월마트(18%)보다 훨씬 작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도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했지만 아직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2%, 3%에 불과하다.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K웨이브 타고 해외 진출해야”

e커머스에서도 ‘초국경’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해외 무대에서 토종 e커머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핀둬둬, 싱가포르 쇼피 등은 본토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비해 G마켓, SSG닷컴, 롯데온 등은 국내 이용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마저도 쿠팡 등에 밀려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최근 G마켓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국내 셀러들은 ‘G마켓’이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플랫폼을 통해서 해외에 진출한다. 대만 사업을 시작한 쿠팡도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리테일 테크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아마존은 일찍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서 커머스뿐만 아니라 아마존웹서비스(AWS),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사업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월마트도 AI를 공급망 관리, 고객 반응 감지 매장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제서야 광고 등 극히 일부분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성장성도 불투명하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계속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현재 2%대 초반에서 2050년 0.5%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국내 경제와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K웨이브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유통사들이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기업엔 없는 K콘텐츠와 상품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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