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민의 여백] 부족한 건 너의 노력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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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한 대학 동기 결혼식이 있었다.
선배라지만 여전히 사회초년생에 불과한 나 역시도 시원스레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미안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치열한 취업 전선에서 발버둥 치던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감히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두 쪽으로 쪼개진 우리 사회는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기는커녕 정치 소용돌이 속에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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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한 대학 동기 결혼식이 있었다. 과 후배가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함께했다. 학교에 다닐 땐 좀체 인연이 없어 제대로 인사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살던 대학 시절 얘기를 꺼내다 보니 괜스레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졌다.
문득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긴 한숨이 돌아왔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컨설팅 회사와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인턴까지 했는데 사람을 뽑는 곳이 없어 고시를 봐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아등바등 입사 지원서 수십 장은 족히 썼던 나의 대학 '5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가만히 있으면 너무 불안해 논작문 시험이든 인적성 검사든 외국어 자격증이든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전 세계에 초유의 역병이 돌며 기업들이 취업 문을 걸어 잠그던 시절이었다.
'팬데믹은 이제 끝났는데 아직도 너무 힘들구나' 생각했다. 선배라지만 여전히 사회초년생에 불과한 나 역시도 시원스레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미안했다.
그런데 수치는 딴판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은 69.5%로 2020년(65.9%)에 비해 4%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실업률은 이 기간 4.0%에서 2.8%로 떨어졌다.
숫자만 보면 '호시절'이 따로 없다. 근래 들어 실업은 가장 적고 고용은 가장 많아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실업률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를 가리킨다. 이때 실업자는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만 포함한다. 일자리가 없어도 근래에 일할 의지를 갖고 일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면 실업자가 아니란 소리다.
현실과 통계가 따로 노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가 지난해 246만7000명이나 됐다. 2020년(237만4000명)에 비해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혹자는 구직을 단념한 이들에게 '지나친 눈높이가 문제'라고 몰아붙인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치열한 취업 전선에서 발버둥 치던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감히 동의할 수 없다. 부족했던 건 그들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의 부족은 한국이 '지구상에서 후손을 가장 적게 낳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줄곧 떨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나 하나 벌어먹기도 빠듯한데 아이를 낳을 리 만무하다. 한국인이 멸종위기종이 돼버렸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전 세계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올해 한국 성장률 예상치를 낮춰 잡았다. JP모건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무려 1.3%까지 대폭 깎아버렸다.
한국 경제 역사상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적은 1980년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뿐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시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완전히 두 쪽으로 쪼개진 우리 사회는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기는커녕 정치 소용돌이 속에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 어른이라는 자들에게 묻는다. 절망의 심연에 고립되는 청년들에게 '노력이 배신하는 사회'를 안겨줘서야 되겠는가.
[우수민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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