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인수 1년...오리온, '복덩이'를 품었나

천옥현 2025. 1.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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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실적개선에 주가 2배로...오너 3세 담서원 사내이사 입지 넓혀

1년 전인 지난해 1월 15일,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주식 25.73%를 584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받았고,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5만6186원에 구주 140만주를 매입해 2개월 뒤인 3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예상치 못했던 이종 산업간 인수합병에 일각에서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리가켐바이오는 실적 개선과 기술수출 성과를 내며 오리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5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1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 매출 341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추정 영업손실은 133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지만, 2023년 800억원 적자에 비하면 대폭 감소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이런 실적 개선은 기술이전 계약 덕분이다. 2023년 12월 말, 리가켐은 얀센과 고형암 치료제 'LCB84'의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받은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지난해까지 나눠서 실적에 반영됐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7억 달러(약 9400억원)이며, 이에 대한 계약금(미공개) 일부를 지난해와 올해 수익으로 반영하고 있다. 리가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룬 성과가 인수 이후 매출로 반영된 모양새다.

리가켐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오리온의 투자 지분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를 매입할 당시 취득가는 신주 5만9000원, 구주 5만6186원이었다. 그러나 1년 만에 리가켐 주가는 11만5100원(15일 종가 기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오리온이 가진 지분 평가액도 2배 상승했다. 리가켐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오리온 오너 3세인 담서원 전무의 리더십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점도 오리온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담 전무는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 지분을 인수한 후인 지난해 3월 리가켐바이오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가켐의 실적이 개선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향상될수록 담 전무의 경영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업계에서는 리가켐바이오의 성장을 두고 회사의 기술력과 오리온의 자금력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사실 초기에는 식품업체인 오리온과 바이오기업인 리가켐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인수 발표 이후 오리온 주가가 20% 가량 고꾸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리가켐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이런 우려는 불식됐고, 오히려 오리온이 든든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리온이 최대주주임에도 리가켐바이오와 창업자의 연구개발 방향성을 존중해 준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온의 투자금 덕분에 리가켐바이오는 투자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도 자금 부담을 덜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기술력에 자금력이 더해지면서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종 산업 간 인수합병의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플랫폼 기술 수출이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가켐의 핵심 플랫폼인 콘쥬올(ConjuAll)은 임상 데이터에서 기존 약물들보다 뛰어난 효능과 안정성을 보여, 월드 ADC 어워즈에서 '베스트 ADC 플랫폼 기술'상을 여러 번 수상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CDMO 계약 당시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기술료 수취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이로 미뤄봤을 때, 올해 리가켐바이오는 기술이전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오리온의 투자 이후 외부적으로 이사회 구성과 현금 흐름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라며 "연구소에서 검토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수십 개로 늘어났을 정도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나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 임상을 공격적으로 하는 시점에서 리가켐도 선제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덧붙였다.

올해 예상되는 성과에 대해 그는 "최근 빅파마들이 ADC 시장에 적극 진입하면서 물질도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기존에 효과를 봤던 항체는 그대로 두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ADC의 플랫폼(약물 전달시스템)을 바꿔 개발하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며 "따라서 올해는 플랫폼 쪽에서 활발한 기술이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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