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6번 걸러 식수로...‘물 자급’ 오만의 친환경 바람

[WEEKLY BIZ] 오만 담수화 공장 현지 르포...한국 기업도 진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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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북부 바르카에서 지난해 6월 가동을 시작한 바르카5 담수화 공장은 바닷물을 끓이는 대신 역(逆)삼투압 공법으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이 공장을 비롯한 바르카 일대 담수화 공장들은 인근 주민 100만명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오만의 식수 86%는 이 같은 담수화 공장에서 생산한다. /오만 바르카 담수화 기업

지난 13일 오전 아라비아 반도 동쪽 끝에 있는 오만의 바르카 지방에 있는 ‘바르카5 담수화 공장’. 앞바다에서 끌어들인 바닷물이 2km가량의 해저 파이프를 통해 지상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 바닷물은 여과막을 지나며 조개와 조약돌 등이 우선 걸러지고, 층층이 쌓인 인공 암반층에서 불순물이 제거되는 등 6회 이상의 여과 작업을 거쳐 인근 가구들에 공급된다. 공장의 유지보수 담당 파르시 매니저는 “바르카5 공장은 하루에 10만t의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다”며 “바르카 지역에 있는 담수화 공장 4곳은 약 100만명의 지역 주민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만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산유국 중 하나로 꼽힌다. 땅속에서는 ‘검은 황금’이 솟구치는 축복받은 땅이지만 정작 국토의 80%가량이 바위산과 사막인 탓에 대대로 물 부족이 극심했다. 과거엔 주로 지하수를 식수로 썼지만 늘어나는 인구에 지하수가 빠르게 고갈되며 식수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오만은 국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로 눈을 돌려 해법을 찾았다. 오늘날 오만은 전국 곳곳의 담수화 공장에서 국민 식수의 86%를 얻는다. 물 부족 국가에서 무한한 바다에서 물을 자급자족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셈이다.

그래픽=김의균

◇담수화도 친환경으로

오만의 첫 담수화 공장은 1970년대 지어진 구브라1 공장이다. 이어 바르카와 소하르 등 각지에 담수화 공장을 지어 주요 도시에 수도 시설을 마련했다. 당시엔 바닷물을 끓여 증기로 만든 뒤 냉각시켜 담수화하는 공정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화석연료를 태워 물의 온도를 끓는 점까지 높여야 해 에너지 소모가 많고 막대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오만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매출을 줄이기 위해 ‘역(逆)삼투압’ 기술을 도입했다. 역삼투압은 염분이 낮은 용액과 염분이 높은 용액을 같이 두면, 염분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압력이 발생하는 ‘삼투압 현상’을 역으로 이용한 공법이다. 삼투압을 거스르기 위해 염분이 높은 바닷물에 보다 쎈 압력을 가해 바닷물에서 염분과 수소를 비롯한 각종 이온을 걸러내 깨끗한 물을 추출하는 원리를 쓴다. 이날 WEEKLY BIZ와 만난 바르카5 공장의 하스니 총괄은 “역삼투압 방식은 과거 화석연료를 태워 바닷물을 끓였던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50% 이상 적다”며 “최근엔 압력을 만들어 내는 펌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도 두 배 가까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오만에선 요즘 바르카는 물론 소하르·살랄라 등 주요 지역 담수화 공장들의 ‘녹색 전환’도 한창이다. 바르카5 공장의 경우 올해 안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만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낮 시간 동안 전체 전력 사용량의 40%를 태양광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바르카4 담수화 공장. /오만 바르카 담수화 기업

◇식수 공급에 일자리 창출까지

오만의 담수화 공장은 단순한 식수 공급처가 아니다. 담수화 공장은 지어질 때부터 현지의 중소기업과 협업하고, 지역 주민을 고용하는 등 오만에선 말 그대로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해낸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운영을 시작한 바르카5 공장의 경우 건축비용의 55%에 해당하는 약 5000만오만리알(1900억원)이 오만 중소기업들에 돌아갔다. 지역 주민 5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소하르4 공장의 경우, 건축 단계부터 운영까지 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소하르 경제특구 관계자는 “담수화 공장은 주민들의 식수원을 넘어 지역민들을 위한 공공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바르카4 담수화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이 배관 압력 조절기를 점검하고 있다. /채제우 기자

◇오만, 한국에는 기회의 땅

오만의 담수화 공장은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오만에 있는 대부분의 담수화 공장은 담수화 기술력을 갖춘 외국계 기업들이 투자·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바르카2 공장은 프랑스, 구브라2 공장은 일본 측 자본이 투입됐다. 최근엔 한국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GS건설의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는 지난해 6월 무스카트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바르카5 공장을 완공했다. GS이니마는 향후 20년 동안 이 시설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GS이니마는 2027년 1분기에 완공 예정인 오만 최대 담수화 공장 구브라3 공장의 자금 조달과 설계·시공 업무도 맡고 있다. 이 구브라3 공장엔 LG화학이 담수화의 핵심 기술인 역삼투막 2만3000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LG화학 측에 따르면 역삼투막 2만3000개를 쓴 시설을 통해 하루 30만t의 해수를 담수화하는 게 가능해 오만 수도권 인구 250만명에게 식수를 제공할 수 있다. 바르카 지역 담수화 공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바르카오퍼레이션 관계자는 “현재 한국은 오만 담수화 산업의 4대 투자국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들의 역삼투막 등 담수화 제품은 높은 품질과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줘 만족한다”고 말했다.

담수화 공장은 오만의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 계획인 ‘오만 비전 2040’의 일부이기도 하다. 오만 비전 2040은 2050년까지 오만 내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체 전기 소비량의 30%를 충당하고,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산업을 육성하는 등 각종 대형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만이 2030년 중동의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압둘라 알암리 오만 환경청장은 “넷제로 실현은 오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나무를 심고,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까지 오만은 이미 넷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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