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오늘 탄핵재판 출석’ 무산”… 사상 초유 대통령 체포, 헌재에 미칠 영향은?
尹 “탄핵 심판 중지” 요청 가능성도...헌재 분위기는 ‘불가’ 입장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당분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서울구치소에 머물게 될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임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16일 변론기일에 출석하기로 입장을 정했으나, 15일 체포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후 헌재 심판정에는 불출석할 예정이다.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릴 시각에는 공수처의 조사도 예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일정이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리하게 전개되는 듯하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수사 상황을 이유로 탄핵 재판을 멈춰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헌재 내부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탄핵 시계는 법조계 예상대로 '속전속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수사기관의 조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 이는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변수도 존재하는 만큼, 윤 대통령에게는 1월이 최대 위기가 될 전망이다.
'최장 20일간 구금 위기' 尹, 2월 초까지 재판 일정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 오전. 직무 정지 상태인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에서 내란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친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지만, 이날 결국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는 공수처의 수사는 불법이라고 맞서 왔다. 공수처 관할(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수색영장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공수처는 두 번째 영장 집행일인 이날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결국 확보했다. 지난 3일 첫 번째 시도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과거부터 제기된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른 결정적 계기였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관저 밖으로 나오면서 탄핵 재판도 주목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두 번째 변론기일이자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될 16일 변론기일에는 나설지가 관심사였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에 속한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탄핵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라면서도 "출석일과 횟수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변수는 탄핵 재판과 윤 대통령의 구금 시기가 맞물린다는 사실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의 구금 기간은 최대 한 달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된 때부터 최소 이틀 동안 공수처와 서울구치소를 오가야 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후 구속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최대 48시간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윤 대통령은 최장 20일간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에 머물러야 한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의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이때까지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에 '묶인 몸'이 되는 셈이다.
이 기간은 헌재가 지난 3일 일괄적으로 지정한 변론기일(1월 14·16·21·23일, 2월4일)과 겹친다. 헌재 측은 "다섯 차례의 변론기일을 진행한 후 추가 심리를 진행할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2월 내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 일정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정치적 액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체포영장 청구 및 집행과 관련해서다. 통상적으로 체포영장보다 사전 구속영장의 발부 요건이 까다롭다. 구속영장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 등이 있을 때 법원이 발부한다. 체포영장의 경우 수사기관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에 대해서 나온다. "'차라리 구속하라'고 나오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되는데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뒷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헌재 "형사사건 이유로 심리 멈춰진 전례 드물어"
구금 기간과 탄핵 재판 일정이 맞물린 상황은 헌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등 공수처의 수사 역량에 따른 결과를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석 여부도 마찬가지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 중 하나가 "헌법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없다"였다. 탄핵 재판에 나서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특별검사(특검)의 수사에도 불응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윤 대통령은 16일 두 번째 변론기일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공수처의 고강도 조사가 예상되면서 무산됐다. 윤 대통령의 재판 출석은 공수처의 허가 사항이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된 직후 16일 변론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데다, 시간이 촉박한 공수처는 이날 오후 조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헌재에 불출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5일 시사저널에 "14일 첫 변론기일의 경우엔 경호 문제 등 협의하지 않은 여러 문제로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다만 첫 기일이 열린 당일(14일) '16일에는 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이미 정리된 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체포되면서 향후 탄핵 재판의 출석 여부는 공수처에 달린 형국이 됐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파면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다만 헌재는 재판관 정원에서 1명이 모자란 '8인 체제'에서 사건을 심리하는 만큼,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할 때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한 명의 이탈표라도 나오면 정당성에 흠이 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조사 내용과 결과 등은 재판관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여러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윤 대통령으로서는 대응 방안이 남아 있다. 물리적으로 수사와 재판 다 대응하기 힘든 만큼 헌재의 탄핵 재판을 멈춰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51조)"고 규정한다. 그러나 헌재 내부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15일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형사사건을 이유로 헌재의 심리가 멈춰진 전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탄핵심판정에 오른) 손준성 검사의 경우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랐다"며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재량에 따라 심리를 일단 정지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도 과거 이런 요청을 했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은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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