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맛집 다니느라 바쁜 이 부부의 적자 가계부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5. 1.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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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취미에 지출 맞추는 사람들
합리적 소비 실천하려면
경제적 여건 철저히 고려해야
예산에 생활패턴 맞추고
그 이상 소비하지 않아야
예산부터 세워야 충동적인 지출을 막을 수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지출할 때 예산부터 정해야 할까, 아니면 취미 등 자신의 생활 패턴부터 고려해야 할까. 절약이 목적이라면 답은 명확하다. 현실적 여건에 맞춰 예산부터 엄격하게 짜야 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고 답할지 모르지만 이 '뻔한' 걸 실천하지 않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도 맛집 다니기에 꽤 많은 지출을 하고 있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엄격한 예산 짜기'를 도왔다.

직장인은 보험료를 매월 얼마나 내는 게 적당할까. 개인의 소득 수준과 나이, 보험의 보장 정도마다 다르겠지만, 월 소득 대비 비중으로 따진다면 직장인은 5~10%가 적당하다. 각종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 보험료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것을 기준으로 잡고 이보다 많으면 과소비를 의심하고, 적으면 증액을 고려하는 거다. 그러면 보험료를 책정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오승환(가명·33)씨와 이나경(가명·31)씨 부부는 보험료가 적어도 너무 적었다. 남편 오씨가 결혼 전에 충동적으로 모든 보험을 해약했기 때문이다. 지출을 아끼기 위해서 그런 판단을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신용카드 할부금이 한달에 100만원이 넘는 등 다른 곳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만년 적자인 가계부를 바로잡고 남편의 보험을 '정상화'하는 걸 목표로 삼고 필자와 상담을 시작했다.

지난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이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290만원, 벤처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월 지출은 정기지출 54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8만원, 금융성상품 55만원 등 총 677만원이다. 한달에 87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보유 자산으론 비상금 용도로 모은 예금 1000만원이 있다.

부부는 예금 1000만원 중 220만원을 활용해 부부의 신용카드 할부금(월 110만원·총 220만원)을 모두 갚았다. 그 덕분에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 87만원에서 흑자 23만원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23만원으론 부부의 미래 설계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지출을 계속 줄여나가기로 했다.

지출을 줄이려면 취미생활도 예산 안에서 즐겨야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상담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소비 습관에 맞춰서 생각한다. 오씨 부부도 그랬다. 자신들의 취미와 생활 패턴부터 나열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차를 끌고 서울 외곽의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유류비는 좀 많이 책정해야 한다. 또 지인들과의 모임이 많기 때문에 용돈이 1인당 월 40만~5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요새 지인들이 결혼을 자주 해서 경조사비도 넉넉하게 필요하다."

개인 생활을 존중한다며 '경제적 자율성'도 논했다. 공과금·대출금 등 공통지출만 함께 차출하고, 용돈이나 미용비 등 나머지는 간섭하지 않고 돈을 쓰는 방식이다. 자율인 만큼 예산도 따로 설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한달에 쓴 지출 액수를 서로 공유해 가계부 앱에 기록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돈을 절약한다는 측면에선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각각의 생활 패턴을 중시하거나 예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쓰면 지출을 줄일 수 없다. 지출을 줄여 목돈을 모으려면 예산부터 짜야 한다.

지출항목별로 예산을 설정하는데, 이때 자신의 취미나 소비패턴이 아닌 경제적 여건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예산을 책정한 다음 그 안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소 갑갑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야 합리적인 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지출항목 예산을 명확하게 설정하기로 했다. 먼저 부부가 130만원씩 쓰는 식비·생활비를 손봤다. 부부는 군것질을 좋아해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을 자주 사 먹는다. 앱이 편의점·마트 지출을 자동으로 집계해 가계부 앱 식비에 포함하는데, 이번에 따로 분리해 계산해 보니 군것질에만 한달에 20만원가량 지출하고 있었다. 비싼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횟수도 무척 많았다.

2인 가구가 먹는 것에 130만원을 지출하는 건 상당한 낭비다. 따라서 부부는 식비·생활비 예산을 130만원에서 80만원으로 50만원 삭감하기로 했다. 군것질과 외식, 배달음식 횟수를 대폭 줄이자는 필자의 의견에 다행히 부부는 반대하지 않았다.

같은 방식으로 유류비·교통비(80만원)를 조정했다. 부부의 출퇴근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대폭 삭감하는 방식으로 80만원에서 65만원으로 15만원 줄였다. 부부는 자차로 근교에 여행을 나가는 횟수를 줄이고,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을 통해 줄어든 예산에 적응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통신비(15만원)를 살폈다. 부부는 6만원대 5G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새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10만원대 요금제를 쓰다가 의무 약정 기간이 끝나 6만원대로 줄였다고 했다.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면서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줄였음에도 부부는 큰 불편을 겪지 않는다고 했다. 가끔씩 유튜브나 SNS를 보는 것 외에는 데이터를 쓸 일이 없어서였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의 한달 데이터 사용량을 따져보니 지금보다 제공량을 더 줄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좀 더 저렴한 3만원대 알뜰폰 5G 요금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따라서 통신비는 15만원에서 9만원으로 6만원 줄었다.

이렇게 1차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식비 50만원(130만→80만원), 유류비·교통비 15만원(80만→65만원), 통신비 6만원(15만→9만원) 등 71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여유자금은 23만원에서 94만원으로 4배가량 불어났다.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해선 안 된다. 100만원씩 쓰는 부부 용돈과 한달 평균 78만원씩 빠져나가는 비정기지출도 줄여야 한다. 그 과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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