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레드메인의 '자칼', 엘레강스한 킬러 인생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세상에 이렇게 착한 남자가 있을까 싶었다. 그것은 실제처럼 보였고, 그렇게 믿게 만든 건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력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나고 '신비한 동물사전'으로 프리퀄을 시작했던 J.K. 롤링의 마법 세계는, 에디 레드메인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 편의 영화를 내놓았다. 동물을 지극히 사랑했던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바보처럼도 보이는 착한 남자였다. 말투는 느렸고 눈빛은 여렸으며, 행동은 선했고 내면은 순수했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인기작이었기에 에디 레드메인을 뉴트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착하고 바보 같은 남자. 하지만 에디 레드메인의 본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가 아닌, 세상 기민하고 예리한 남자다. 맡는 역할마다 캐릭터 성질을 탁월하게 형상화할 줄 아는 천재형 배우다. 뒤늦게 정체성을 깨닫는 트랜스젠더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한 '대니쉬 걸'(2016), 루게릭병으로 굳어가는 몸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을 복원한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등 그의 연기는 극 안에서 늘 살결으로 생동했다.
그런 그의 연기를 긴 호흡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영화에 집중했던 에디 레드메인이 10부작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다. 시리즈의 이름은 '데이 오브 더 자칼(The Day of the Jackal)'(이하 '자칼')이다. '자칼'은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197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대통령 암살 임무를 소재로 한 첩보물이다. 에디 레드메인은 극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킬러 자칼로 나온다. 에디 레드메인의 '자칼'은 액션의 짜릿한 묘미와 인물의 복잡한 심리가 동시에 담긴 '감성 킬러물'이다.

'자칼'은 첫 장면부터 흥미롭다. 낯선 할아버지가 화장실 거울을 보며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흉내 낸다. 할아버지는 얼굴도, 목소리도 모든 게 낯선 존재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와 집 밖을 나설 때, 거실 한쪽에 놓인 소파에 그와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죽어있다. 화장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던 할아버지는 분장한 자칼이다. 그가 임무를 끝내고 가면을 섬세한 손길을 벗겨내자 비로소 모두가 아는 그 얼굴이 나온다. 킬러가 된 에디 레드메인.
드라마는 자칼의 프로페셔널한 킬러 생활을 긴박감 있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현실 생활과 왜 킬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전사도 담아낸다. 자신의 정체를 뒤늦게 알게 되는 아내 누리아(우르술라 코르베로)와의 갈등부터, 자칼이 마지막 타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국 비밀 정보 요원 비앙카(라샤나 린치)와의 숨 막히는 추격전도 보여준다.
자칼은 킬러가 되기 전 군인이었고, 그곳에서도 명사수였다. 하지만 전우들은 혼란한 전쟁통에서 점차 인간성을 상실했다. 자칼은 충격적인 행동과 함께 그곳을 홀연히 떠났고, 갈곳 잃은 그는 수많은 피를 묻힌 손에 몇을 더 보태기로 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소속 부대명을 따 자칼이라는 이름의 킬러가 된다.
타깃을 향한 자칼의 눈빛은 지극히 냉정하고 냉철하다. 커스튬 총을 조립하는 두 손은 마치 행위 예술처럼 엘레강스하다. 그렇게 그가 타깃을 예리하게 조준하고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길 때, 그것은 생과 죽음을 다스리는 우월한 신처럼도 보인다.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벗어나 아내와 아이의 품에 안길 때는 낯빛을 정반대의 것으로 바꾼다. 자칼의 은밀한 이중생활은 눈빛의 온도와 안면 근육 쓰임부터 달리하는 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한 분화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 시리즈이지만, '자칼'은 역사적 사건을 현대 정치적 맥락에서 재해석해 전개에 쫄깃함도 더했다. 여기에 명사수 에디 레드메인의 긴박감 넘치는 명중과, 총천연색의 분장술이 눈을 휘어잡는다. 특히,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흡입력 있다.
사진=웨이브, 피콕(Peacock)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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