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철회’ 논란? 사실은 이렇습니다

전혜원 기자 2025. 1. 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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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이 내란죄 주장을 철회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측은 소추 사유의 중대한 변경이라며 국회 재의결을 주장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아보았다.
1월3일 정형식(왼쪽)·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헌법재판소는 일주일에 두 번꼴로 변론기일을 잡았다. 그런데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진행한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소추를 제기한 국회 측이 ‘윤석열 대통령이 형법상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종전의 주장을 ‘철회’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2024년 12월27일 1차 변론준비기일.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이 사건 소추 사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피청구인(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 둘째, 계엄사령관을 통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를 발표하게 한 행위. 셋째,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침입함으로써 계엄해제 요구권 행사를 포함한 국회 활동을 방해한 행위. 넷째,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한 행위다. 이후 다음과 같은 문답이 있었다.

정형식 재판관: 소추 사유 중 첫 번째 ‘계엄 선포 행위’와 세 번째 ‘군·경을 동원한 국회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상 내란죄·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나, 써져 있는 대로?

국회 측 대리인단 김진한 변호사: 저희는 자칫 탄핵심판 절차가 형사재판으로 변모될까 봐 그것이 우려스럽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헌법재판의 성격에 맞게, 비록 저희가 내란죄 등을 소추의결서에서 다루었지만 그것을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서, 형사 구성 요건·요소들을 헌법 위반 사실로서 주장해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

정형식 재판관: 그러면 지금 형법상의 내란죄·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특수공무집행방해죄 또는 계엄법 위반 이런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다 헌법 위반으로 포섭해 다시 정리하겠다는 취지인가?

김진한 변호사: 그렇다. 가령 계엄법 위반의 경우에도 헌법적 의미가 있는 계엄법 위반이다. 헌법 위반으로 구성하겠다.

1월3일 2차 변론준비기일. 정형식 재판관이 이 주제에 대해 김진한 변호사에게 재차 물었고 김진한 변호사가 답했다.

김진한 변호사: (···)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는 사실상 동일하다. 그래서 자칫 이 헌법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헌법 위반 사실관계로서 다룸으로써 또한 주장함으로써 헌법재판의 성격에 맞는 주장과 입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그것이 재판부께서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하고 있다(김진한 변호사는 이때 쓴 ‘권유’ 표현에 대해, 자신이 재판부의 의중을 추측해서 실언을 한 셈이며 실제로 재판부의 권유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추후 해명했다).

정형식 재판관: 그러면 계엄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 그런 취지이신가?

김진한 변호사: 사실상 철회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은 “소추 사유의 중대한 변경”이므로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에 동의한 것에 내란의 점에 대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라면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형사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 본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다거나, 윤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에 해당하는 국헌문란 행위’라는 표현이 수차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대표적이다. “피소추자(윤석열)의 위와 같은 행위는 형법의 내란죄(형법 제87조, 제91조), 직권남용 권리행사죄(형법 제123조), 특수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44조) 등 국민의 생명 및 안전, 국가의 존립과 기능,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탄핵소추 의결서 26쪽).”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탄핵소추 사유(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지시, 군·경을 동원한 국회 방해 행위, 선관위 압수수색 등 네 가지. 여기에 국회 측이 ‘판사 체포 지시’를 별도 사유로 분류·주장해 결과적으로 다섯 가지)에는 변동이 없다. 따라서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했다거나, ‘소추 사유’가 변경됐다는 규정은 사실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 사유란 사실관계와 그에 적용되는 법조문을 통일적으로 가리키는 개념이다. 소추 사유가 변경되면 국회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법적 평가를 정리하고 적용 법조문을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추 사유 철회나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차이

소추 사유 자체는 바뀌지 않았더라도, 국회 측이 내란죄라는 법률적 평가를 제외하기로 한 것은 어쨌든 중대한 내용 변경이 아닐까? 그러나 “국회 측이 내란죄라는 항목을 넣든 안 넣든 헌법재판소는 그에 구애받지 않는다”라고,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이는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그 위반이 파면이라는 징계를 당할 만큼 중대한 사유인지 판단하는 절차다. 반면 형사재판은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탄핵심판은 헌재가, 형사재판은 법원이 한다. 이헌환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누가 내 물건을 깨부숴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을 때, ‘이 행위는 형사적으로는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말해봤자 민사법원은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되니까. 마찬가지로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만 판단하면 된다. 헌재가 내란죄 성립 여부를 반드시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궁극적으로 형사재판을 통해 대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1월4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철야 투쟁이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선례도 있다. 2016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들의 민원을 들어주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도록 한 행위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와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2017년 2월1일 제10차 변론기일에 국회 측은 다른 유형의 소추 사유(비선조직의 국정농단·대통령 권한 남용·언론자유 침해·세월호 참사 관련 생명권 보호의무 등 위반)들과 사실관계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각종 형사법 위반은 쟁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2017년 3월10일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를 위반하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으며 국가공무원법 제60조의 비밀엄수 의무를 위배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형사법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지금의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017년 1월1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탄핵심판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하는 행정소송의 일종이다. 유죄냐 무죄냐는 형사 법정에서 가려야 할 문제이고, 탄핵 법정에서는 대통령의 직무 집행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됐느냐의 여부만을 판단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시 형사법 위반 주장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 규정상 문제가 없느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그대로 유지를 한 채 거기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8년 뒤인 2025년 1월6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에는 국회 재의결 없이 형사법 위반 주장을 제외했는데, 지금은 왜 국회 재의결을 주장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때는 탄핵소추의 주된 사유가 국정농단이었기 때문에 국정농단은 그대로 다 살렸고, 뇌물죄는 아주 지엽 말단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제외했다. 그런데 지금의 대통령 탄핵소추(사유)는 하나가 비상계엄이고 하나가 내란이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탄핵소추인단 마음대로 철회할 수가 없다.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내란죄 주장 제외를 문제 삼는 이유

물론 내란죄 성립 여부가 이 사건 탄핵심판에서 중요한 부분인지 아닌지는, 국회 측이 뭐라고 주장하든 헌재가 판단할 예정이다. 뇌물죄 등의 성립 여부가 중요한지 아닌지 박근혜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판단했듯이 말이다.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문은 이렇게 적는다. “소추의결서에서 그 위반을 주장하는 ‘법 규정의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청구인(국회)이 그 위반을 주장한 법 규정 외에 다른 관련 법 규정에 근거하여 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2004년 5월14일 2004헌나1).”

1월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후 이동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사실, 탄핵소추를 당한 입장에서 자신의 혐의가 일부라도 제외되는 건 통상적으로는 반길 일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 측이 오히려 내란죄 주장 제외를 문제 삼는 건 탄핵심판 일정과 관련이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이 예정된 4월18일 전까지 윤석열 탄핵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면 현재 8명인 헌법재판관은 다시 6명이 된다. 이러면 ‘6인 체제에서 선고를 내릴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자리가 대통령이 직접 골라 임명하는 헌법재판관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석을 채우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남은 헌법재판관 6명이 만장일치로 동의하지 않는 이상 선고를 내리지도 못한 채 2027년 5월까지 남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절차 진행은 ‘신중’해야 하지만 또한 ‘신속’해야 한다(이황희,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상의 딜레마’, 2021).” 윤석열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내란죄 수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결정을 신속하게 선고하기 어렵고, 그 결과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렇기에 형사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할 수 있고, 형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 결정의 신속한 선고가 힘들어지며, 그로 인해 큰 사회적 해악이 초래되는 경우에는, 국회 측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법 위반 여부 판단을 헌재가 유보할 수 있다는 게 이황희 교수의 견해이다. 국회 측이 스스로 형사법 위반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고 한 지금은 더더욱 그러하다.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거훈 변호사는 1월3일 변론준비기일에서 이 사건 탄핵심판을 ‘야당과 대통령 및 여당의 다툼, 정권교체 주장 세력과 정권유지 주장 세력의 다툼,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다툼, 체제 변화 추구 세력과 체제 유지 추구 세력의 다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여야 혹은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가’라는 탄핵심판 본연의 질문에 집중할 때다.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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