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스스로 벌거벗은 임금님 된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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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과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비교하면 데자뷔라 할 만큼 비슷한 일들도, 두드러게 다른 모습도 있다.
우 전 수석은 당시 탄핵 국면의 '조연급'이었지만 이번 탄핵 국면에선 주연인 윤 대통령이 직접 재판과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다시 '법꾸라지'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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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처음엔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서류 송달을 회피했고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이젠 영장을 발부한 관할 법원이 잘못됐다는 등 법기술자적 논리를 펴 “온 국민을 형사소송법 공부하게 만들고 있다”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인터뷰를 고사했던 ‘죽마고우’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래 윤 대통령이 보여준 이미지는 당당함이었는데, 지금 아주 초라하게 됐다”며 “자발적으로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경호처를 앞세워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다 1차 영장 발부 16일 만인 15일 결국 체포됐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날 “저의 부덕과 불찰로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권은 ‘6인 체제’였던 헌재의 원상 회복을 막으려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시위에도 동참했다. 야당도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듯 탄핵심판을 서두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속전속결로 탄핵해 혼란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찍을 만큼 급등했고 국가신인도 하락 위기에 경제 후폭풍은 불가피해졌다. 8년 만에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국은 8년 만에 다시 대통령이 탄핵되며 정상외교는 공백 상태가 됐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는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만들어드리겠다”며 찾아온 재단사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옷을 멋진 옷이라고 임금님에게 거짓말을 하는 신하가 등장한다. 부정선거 의혹과 계엄 필요성을 호도한 극우 유튜버와 계엄의 핵심 인사들, 그리고 대통령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각각 동화 속 재단사와 신하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옷을 벗은 건 임금 자신이다.
동화는 벌거벗은 채 행진을 하는 임금님을 향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진실을 폭로하고 부끄러움에 가득찬 임금님은 황망하게 행진을 마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뒤 임금은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는 결말을 열어놨지만 황금과 비단옷이라는 권위에 가려져 있던 임금의 속살이 드러난 뒤 과연 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동화 속 임금님은 최소한 부끄러움은 있었던 모양이다.
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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