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불법의 불법의 불법” 체포 순간까지 선동
“유혈 사태 막으려 자진 출석” 주장하며 사과 표명은 없어
“부정선거 증거 너무나 많아…계엄은 범죄 아니다” 정당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공수처 수사와 법원의 영장 발부 모두 불법이라며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밝혔다. 함께 공개한 자필 대국민 입장문에서는 부정선거론을 들며 계엄을 정당화했다. 체포되는 순간까지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 없이 수사를 거부하고 지지자 선동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녹화 영상 담화에서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자진 출석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면서도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상계엄과 이후 국정 혼란상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573자 분량의 짧은 담화에서 ‘불법’이라는 표현을 5차례 사용하며 자신에 대한 수사와 영장 집행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내란죄 피의자가 역으로 ‘법이 무너진 어두운 시절’을 언급하면서 지지층에 결집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오전 10시33분쯤 체포돼 과천 공수처로 향하는 도중인 10시46분 이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를 떠나기 전 마지막 메시지로는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면서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윤 대통령이 새해 초 직접 작성했다는 총 6780자 분량의 입장문이 윤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됐다. 부정선거로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반국가행위”를 해, 이에 대한 대국민 호소를 위해 정당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부정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거대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 등) 일련의 행위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하고 비상계엄 권한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라며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라고 주장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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