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체포…법 앞에 예외 없다
현직 대통령 최초 ‘체포·구금’
윤, 공수처 조사 내내 진술 거부
늦어도 17일 오전 구속영장 청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지 43일 만이자 법원이 지난달 31일 체포영장을 처음 발부한 지 15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화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여섯 번째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40분 공수처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체포 첫날 밤을 보냈다.
시민들이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 시계를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린 그는 진술을 거부했다.
체포영장은 이날 오전 10시33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집행됐다. 공수처는 체포 전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윤 대통령)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적힌 영장을 제시했다.
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 저지선을 뚫고 관저에 진입한 것은 체포 2시간여 전이다. 윤 대통령 측이 자진 출석 형식을 취하려 하면서 체포가 늦어졌다. 체포를 피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이는 윤 대통령이다. 검찰이 지난달 11일 처음 출석을 요구한 때부터 불응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모든 사법절차를 무시하면서 체포를 자초했다.
1차 집행 때 경호처 저지로 5시간여 만에 물러났던 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수사관 1000명 이상을 투입해 작전 시작 약 6시간 만에 체포에 성공했다. 대다수 경호처 요원들은 합법적인 영장 집행을 막지 않았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과 지지자들은 관저 앞을 찾아 “불법 체포”라며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체포 시간에 맞춰 녹화 영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으로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부정선거론’이 골자인 6780자 분량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체포 후 경호차량을 타고 20분 만에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 도착했다. 포토라인을 피해 청사 뒷문으로 들어갔다. 조사 때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영상녹화도 거부했다. 공수처는 늦어도 17일 오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대연·강연주·유새슬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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