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내가 요새 밥도 거의 못 먹어" 체포 직전 애틋함 드러내
"언론 대신 유튜브 보라...정권 재창출 당부"
1차 시위보다 10명 줄어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체포 직전까지 관저에서 키우던 반려견을 챙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찾아온 여당 정치인들에게는 신문이나 방송 대신 '유튜브'를 많이 볼 것을 권했고, 당 지지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국민의힘 의원 35명은 관저 앞 공수처 규탄 시위에 나서며 호응했다.
尹 "아내가 밥도 거의 못 먹어" 애틋함 드러내
이날 한남동 관저 안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만난 한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반려견 '토리'를 챙겼다.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체포가 임박하자 “토리를 좀 보고 가야겠다”며 방 안에 들어간 뒤 10분가량 반려견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방 안에서 김건희 여사에게도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또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인사 좀 하고 가야겠다'고만 하고 방에 들어갔기 때문에 여사를 만난 것인지 토리를 만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엇갈린 증언을 했다.
김 여사는 면담 초반 일부 의원들과 10~15분간 동석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내가 '여사님 얼굴이 너무 안 좋고 힘들어보인다'고 묻자 윤 대통령이 '(아내가) 요새 밥도 거의 못 먹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영진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가 마음 고생을 해서) 얼굴이 형편없었다"고 전했다.
토리와 작별한 윤 대통령이 관저를 떠날 채비를 하자 반려견을 담당하는 관저 직원이 윤 대통령을 따라가려는 반려견을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모습에 관저 안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 20여 명과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언론 대신 유튜브 보라...정권 재창출 당부"
윤 대통령은 여당 인사들에게 정치적 조언도 했다. 그는 “2030세대가 요즘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데 유튜브를 통해서 다 보고 있다” “연설 내용이 굉장히 똘똘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 등 전통 언론)는 너무 편향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조언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에 비판적인 전통 언론 대신 부정 선거론을 퍼뜨리며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강성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기 대선으로 갈지도 모르는데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선거 관리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다행히 우리 당 지지도도 올라가고 있으니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본보에 "윤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 노력을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체로 의연했다고 한다. 그는 의원들에게 "(남은 임기) 2년 반을 더해서 뭐 하겠나" "여기(관저)나 저기(구치소)나 못 돌아다니는 건 매한가지인데 들어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고 한다. 윤상현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젊은 검사가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한 장 한 장 설명하니까 (윤 대통령이) '알았다. 가자'고 말했다"고 체포 직전 상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새벽부터 직원들에게 줄 샌드위치를 준비를 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여당 의원 35명 관저 앞 시위...1차 시위보다 10명 줄어
여당 의원 35명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새벽 5시부터 관저 앞에서 공수처 규탄 시위를 벌였다. 5선 중진 김기현 나경원 의원이 앞장선 가운데 대구·경북 12명, 부산·울산·경남 10명 등 영남권 의원이 다수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관저 앞 시위는 지난 6일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45명이 참석해 이번엔 10명이 줄었지만, 이 중 일부는 이날 '내란혐의 국정조사 특위'에 위원으로 참석한 점을 감안하면 엇비슷한 규모다. 이들은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 절차가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처의 권한 없는 수사 등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관저 앞 시위에 나오라'는 강성 지지층의 집요한 문자 폭탄을 견디다 못해 나온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계엄에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다가 수사 절차 문제에 분노하는 것은 계엄 옹호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두 차례 관저 앞 시위 참석 의원 가운데 지난달 4일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참석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은 재선 장동혁 의원이 유일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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