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낸 대국민담화 자충수였나…“尹 묵비권, 방어효과 없을 듯”
“묵비권 행사해도 구속될 것…다른 피의자들 조사에서 혐의사실 소명”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법이 모두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녹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체포에 대비해 미리 녹화해 둔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들만으로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필요한 '혐의사실 소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된 직후 영상 메시지를 공개해 자신은 '출석'하는 것이라며 '체포'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로 불가피하게 불법적인 수사에 응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해당 영상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며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전면 부정하면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의 총책임자로 지목됐다. 그는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를 받는다.
12·3 계엄 선포 담화를 보면 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정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11월24일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대통령 관저에서 차를 마시다 "이게 나라냐. 바로 잡아야 한다.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면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할 때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해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 실패 후 같은 달 12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윤 대통령은 "이런 사람들(야당 정치인)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해 첫날 한남동 관저 앞 도로변에서 철야 집회 중인 지지자들에게 A4용지에 직접 서명한 새해 인사 및 지지감사 편지를 보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조사에서도 계엄의 이유가 정당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배진한 변호사는 지난 3일 "우리 인류 역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왜'라는 질문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가만히 있으면 평온하게 나라를 지배할 수 있는데 자기 목숨, 명예 다 팽개치고 왜 이런 행동(비상계엄)을 했을까 관심 갖는 언론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통령이 진짜 잘못했는지는 증거로서 철저히 다퉈져야 한다"며 "위헌인지 아닌지는 '왜'부터 시작해서 '왜' 이런 절차가 진행이 됐는지 그 이후 경위와 결과 모든 것을 종합해서 '국헌문란'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30분 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오전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조사시간 내내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전 조사는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했고 오후 2시 40분부터 이대환 부장검사가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6일 출석요구 이후부터 대면조사를 준비해왔다. 비상계엄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까지 전 과정에 대한 질문지만 200쪽 이상으로, 책 한 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풀려난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서 체포기간을 포함해 10일간 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 이후 검찰에서 10일 추가로 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체포돼서 조사한다면 (윤 대통령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구속영장 청구하면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더 이상의 조사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구속영장 청구의 요건을 다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피의자들이 이미 조사를 받았고 이중 상당수가 구속된 것만 봐도 혐의사실 소명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이 체포돼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주변에 윤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잡범'으로 만들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최고통수권자로서 자신의 행동에 자신 있다면 법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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