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기” “대통령 우짜노”…尹 체포 막아선 지지자들 ‘오열’
미국·프랑스·일본 특파원도 한 자리에…‘속보’ 타전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가시화됐다.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몰려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수사기관을 향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탄식을 뱉으며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 중이다.
이날 관저 앞엔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과 탄핵에 찬성하는 지지자들 수백여명이 집결했다.
새벽 5시경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지지자들은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이 먼저"라고 외치며 성토를 쏟아냈다.
그러나 경찰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집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움직이자 현장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변했다.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만든 연단에 오른 50대 남성 연설자는 "이번에 윤 대통령을 지키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는 더 이상 없다. 어떻게든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야 한다"며 현장에 모인 집회 참여자들에게 호소했다.
공조본 '돌격'에, 좌절한 尹 지지자들
이후 경찰이 경호처가 설치한 1·2·3차 저지선을 순차적으로 통과해 윤 대통령이 있는 관저 내부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지지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황아무개씨(62·여)는 "말도 안되지 않나. 우리 대통령님 우짭니까 이제"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70대 여성은 "사기 탄핵"을 연신 제창하며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을 밀쳤다. 그가 과정에서 넘어지자, 일으켜 주려는 경찰을 향해 "경찰은 내 몸 만지지 마라" "너네가 더 나쁘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일부 지지자들이 도로를 점거해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인 터라, 인도를 지나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어떡하냐" "큰일 나겠네"라며 우려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현장에 등장해 흥분한 지지자들을 달랬다. 황 전 총리는 "우리가 이럴 때 일수록 더 뭉쳐야 한다. 이후에 발생하는 일에 대해서는 차분히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탄핵 찬성 시민들 "더 이상 국민 실망시키지 말길"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시민들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며 차분한 분위기였다.
중랑구에서 온 김아무개씨(53·남)는 "늦었지만, 체포 영장이 이제라도 집행이 돼 다행"이라며 "하지만 뉴스를 보니 대통령이 조사를 받더라도,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 같다고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조사를 성실히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외신도 이날 상황을 속보로 긴급 타전하며, 자국에 한국 상황을 전달했다. 프랑스,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특파원들이 현장에 자리했다.
이날 현장에 동원된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기동대는 3200명이었다. 영장 집행을 실패할 경우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한 것이다.
새벽 서울의 기온은 영하 4.3도 였다. 맹추위에 경찰들은 눈 밑까지 방한마스크를 착용하고, 장갑을 끼는 등 중무장을 했다. 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경찰들은 손과 다리를 떨기도 했다.
尹, 200쪽 분량 질문지에 답할까
한편, 경찰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현행범 체포를 당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애초 우려됐던 경호처의 강경한 방해 행위가 없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조본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쪽 정진석 비서실장, 윤갑근 변호사 등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공수처 이송 방식 등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체포 이후엔 공수처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동의할 경우 조사 내용을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하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 대면조사는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수처는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질문지의 경우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준비했던 것보다 늘어나 200쪽 이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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