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호텔 사들인 코리빙이 몰고 올 '월세 풍선효과' [분석+]

최아름 기자 2025. 1. 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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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외국인 임차인 늘어나는 서울
호텔 사들이는 부동산 투자 자본
해외 자금도 빈 호텔에 관심
주거 환경 개선 효과 있지만
임대료 증가라는 불안 혼재

팬데믹 국면에서 국내 호텔은 '힘든 시간'을 겪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채 많은 호텔이 문을 닫았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랬던 호텔들이 최근 '코리빙'이란 새 간판을 달고 시장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코리빙 기업들이 몇몇 호텔을 사들이거나 투자한 결과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시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호텔에서 코리빙 업체로 탈바꿈한 숙박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팬데믹 때 문을 닫았던 호텔이 '코리빙(Co-living)'이란 새 옷을 입고 있다. 숙박에 커뮤니티 시설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변화의 주요 타깃은 국내 관광객이 아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체류객들이다. 그중엔 부쩍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도 있다.

팬데믹이 유행하기 전인 2019년 5만4647명이던 서울 거주 외국인 유학생은 2024년 6만9094명으로 26.4%(1만4447명) 증가했다. 서울에서만 4년 만에 1만4000명 이상의 '신규 월세' 수요가 외국인 유학생에서 발생했다는 거다. 서울 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2019년 22.1%에서 2024년 17.5%로 4.6%포인트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월세 수요는 지표보다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체류 외국인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국내 외국인 체류자 중 중국인의 비중은 2019년 43.6%에서 2023년 37.3%로 6.3%포인트 감소했다. 일본 국적의 체류자 역시 같은 기간 줄었다. 그 빈자리를 베트남, 미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이 채웠다. 실제로 기타 국가 체류객의 비중은 같은 기간 24.1%에서 28.5%로 커졌다.

이런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몸집 큰 코리빙기업(이하 코리빙기업)이었다. 장·단기 외국인 체류자를 타깃으로 삼은 숙박업체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챈 코리빙기업들은 혹독한 팬데믹을 견디지 못한 채 매물로 나온 호텔을 사들이거나 운영권을 획득했다.

2023~2024년 2년간 문을 닫은 숙박업체가 서울에만 40곳이 넘었으니, 코리빙기업이 노릴 만한 호텔도 많았다.[※참고: 코리빙은 1인실로 운영하는 개인 공간인 침실과 코리빙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으로 이뤄진 주거상품이다.]

이들의 행보는 시장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호텔을 매입한 코리빙기업은 높은 빌딩 내 십수개 층에 '코리빙 공간'을 만들어 선보였다. 예를 들어보자. 충무로에 있는 호텔 '디어스명동(옛 아스토리아 호텔)'은 2024년 코리빙기업 홈즈컴퍼니가 사들여 '장단기 숙박'이 모두 가능한 형태로 탈바꿈했다.

입주 대상은 한국 문화를 즐기고 싶은 외국인들로 잡았다. 홈즈컴퍼니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수원시·2023년), 독산SI호텔(서울 금천구 독산동·2023년)의 경영권도 인수해 코리빙 상품인 '홈즈스테이'로 운영하고 있다. 코리빙기업이 호텔을 '관광·숙박·주거'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든 전형적인 사례다.[※참고: 홈즈컴퍼니는 코리빙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ICG(Intermediate Capital Group)와 함께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만들었다.]

이렇게 호텔에서 '코리빙'으로 탈바꿈한 숙박업체는 인기도 많다. 입주 계약이 밀려있거나 이미 만실인 곳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체류자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 교육부, 참고 | 서울 기준]

문제는 이런 인기몰이가 시세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리빙기업의 계약 방식은 대부분 월세여서 실거래가가 기록된다. 객실이 많은 데다 단기 체류도 적지 않아서 계약도 자주 이뤄진다. 코리빙기업이 한번 가격을 올리면 시세가 꿈틀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일례로, 코리빙업체 맹그로브 신촌의 임대표(1인실 기준)는 2024년 입주를 시작했을 때 96만원이었지만 최근엔 101만원으로 5.2% 올랐다. 임대차보호법(재계약시 5% 상한선)이 코리빙 거주자에게도 적용되긴 하지만 새 계약자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코리빙이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아직도 많은 코리빙기업이 서울의 호텔시장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리빙의 영향력은 지속될 게 분명하다.

홈즈컴퍼니 관계자는 "아직은 서울 위주로 사업지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호텔과 오피스텔 위주로 리모델링을 통해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곳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몸집 큰 코리빙기업이 들어온 서울 주거시장은 '새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임대료 풍선효과에 비명만 지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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