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뒹구는 LPG통 위 뒤엉킨 전선들... 화마 도사린 ‘다닥다닥’ 쪽방촌 [현장, 그곳&]

박귀빈 기자 2025. 1. 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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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가스통이 흩어져 있는데다 낡은 전선까지 뒤엉켜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골목을 지나는 이들의 머리를 스칠 만큼 처진 전선은 자칫 LPG 가스통 호스와 맞닿아 화재가 발생할 것만 같은 위태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 쪽방촌은 널브러진 LPG 가스통과 낡은 전기 배선이 좁은 골목 사이에 뒤엉켜 있어 화재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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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부담에 도시가스 설치 못해
난로·전기장판 등 난방기기 의존
좁은 골목에 밀집 불나면 대형참사
인천소방 “정기점검 등 화재 예방”
14일 오전 인천 중구 월미로 38번길 일대 쪽방들 앞에 먼지가 잔뜩 쌓인 LPG 가스통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장민재기자


“여기저기 가스통이 흩어져 있는데다 낡은 전선까지 뒤엉켜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14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중구 월미로 38번길 일대. 길이가 불과 10m도 되지 않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쪽방 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쩍쩍 금이 간 건물 외벽과 다 깨진 창문이 즐비한 이곳에는 먼지가 잔뜩 쌓인 LPG 가스통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위태로움을 더했다.

더욱이 쪽방촌 주변에는 지붕 아래로 낡은 전선이 뒤엉킨 채 늘어져 있었다. 골목을 지나는 이들의 머리를 스칠 만큼 처진 전선은 자칫 LPG 가스통 호스와 맞닿아 화재가 발생할 것만 같은 위태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인근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곳 주민들은 추위 탓에 집안에서 등유 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주민 A씨(76)는 “(집안에)불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너무 추워 어쩔 수 없다”며 “현재 벌이로는 도시 가스를 설치 할 여유도 없어 등유 난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300여명에 이르는 쪽방 주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내 280곳의 쪽방촌에 모두 327명이 살고 있다.

이들 쪽방촌은 널브러진 LPG 가스통과 낡은 전기 배선이 좁은 골목 사이에 뒤엉켜 있어 화재 위험이 크다. 실제 2023년 인천에서 발생한 1천332건의 화재 중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515건(38.7%)에 이른다.

또 주민 대부분이 난로,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고 있어 난방 기구 과열 우려도 있다. 인천시가 진행한 쪽방촌 난방 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가스 101가구, 전기장판 98가구, 연탄 27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기히터, 전기장판, 가스난로 등 난방기구로 인한 화재는 해마다 30~50건씩 발생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재산·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물 밀집도가 높은 데다 스프링클러 등 화재 예방 시설 설치가 어렵고 소방차 진입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현 인천 중부소방서 서장은 “한국전기안전공사 및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화재에 취약한 전기장판, 피복전선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겨울철 주거취약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가구마다 소화기를 설치하는 등 화재 예방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한파에 덜덜 ‘패딩으로 버텨’… 보일러는 사치, 냉골의 쪽방촌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14580357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장민재 기자 ltj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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