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10연승인데 뒷맛은 개운치 않다...정관장, ‘선이 굵기만 한 배구’만으론 대업을 이루긴 어렵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어쨌든 10연승이다. 구단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을 2승이나 늘린 쾌거다. 그런데 어째 뒷맛이 개운치 않다. 후반기가 시작되고 거둔 2승이 모두 하위팀과의 풀세트 접전 끝에 거둔 신승이었다. 승점 3을 오롯이 챙기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경기력 자체가 그리 좋지 못해 더욱 아쉽다. 흥국생명-현대건설이 형성하고 있는 ‘양강’ 구도를 깨뜨리고 선두싸움을 ‘3강’ 구도로 재편하고자 하는 정관장 얘기다.
1라운드 후반~2라운드 초반 ‘현대건설-흥국생명-현대건설-흥국생명’으로 이어지는 ‘고난의 4연전’에서 4전 4패로 패퇴하며 선두권 싸움에서 멀어졌던 정관장. 2라운드 후반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이 3라운드 전승, 4라운드 첫 2경기 전승 등 파죽의 10연승 행진이다. 멀찌감치 달아난 것만 같았던 선두 흥국생명(승점 45, 15승5패), 2위 현대건설(승점 43, 14승6패)의 뒤통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관장은 1세트 21-18로 앞서다 21-21 동점을 허용했으나 연속 4득점으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22-24로 뒤지다 극적으로 듀스 승부로 끌고간 뒤 34-34까지 초접전을 치르다 정호영의 연속 블로킹 2개로 36-34로 잡아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승점 3을 오롯이 챙길 것처럼 보였다. 상대의 목적타 서브 폭탄에 표승주의 리시브가 크게 흔들렸지만, 그럴 때마다 메가(인도네시아)가 이단 연결된 오픈 토스를 꼬박꼬박 득점으로 치환해주면서 표승주의 흔들린 리시브도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메가-부키리치가 있어 ‘선 굵은 배구’를 구사하는 것은 좋은데, 선이 굵기만 한 배구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기본기적인 플레이와 연결 동작, 어택 커버 등 세밀한 배구가 겸비되어야만 큰 무대,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 같은 공 하나가 승부에 직결되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데,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전형적으로 공격과 블로킹만 잘 하는 배구다.
고희진 감독도 답답했던지 4세트 초반에 작전 타임을 불러 특정 플레이를 질책하는 장면도 나왔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 상대에게 그대로 공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정호영이 상대 리베로에게 공을 넘긴 것을 지적한 것. 어쩔 수 없이 공을 넘겨야 한다면 수비력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를 겨냥해 공을 넘기는 게 기본인데, 상대 선수 중 수비를 가장 잘하는 리베로에게 공을 넘겼다. 4세트 초반부터 어택라인 근처로 떨어지는 상대의 짧은 서브에 연이어 에이스를 허용하자 고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배구하러 왔잖아. 너희 대체 왜 이래”라며 질책하기도 했다.
혼자 15개의 범실을 저지른 부키리치. 그중 9개는 공격 범실이었다. 부키리치의 컨디션이 초반부터 나빠보였던 탓도 있지만, 이날 부키리치가 때린 67개의 공격 중 61.2%에 해당하는 41개가 오픈 공격이었다. 198cm의 장신에, 갑작스런 아웃사이드 히터로의 포지션 전향에도 리시브를 척척 받아내 ‘세르비아 배구천재’라고 불리는 부키리치지만, 배구 구력 자체는 그리 길지 않다. 오픈 공격만 해서는 공격감이 찾아지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란 얘기다. 시간차는 5개 시도해 모두 성공시킨 부키리치다. 이러한 세트 플레이를 더 많이 구사해 공격감을 끌어올려줘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리시브가 너무나 흔들렸기 때문이다. 공격 범실 9개가 오롯이 부키리치만의 탓은 아니었다.
최효서는 리시브 효율 44.44%(9/18, 1개 범실)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부키리치는 공격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리시브 효율이 63.16%(12/19)에 달했다. 그러자 IBK기업은행 선수들의 목적타 서브는 죄다 표승주에게 몰렸다. 무려 65개의 상대 서브를 받아낸 표승주는 15개를 정확하게 연결하고, 서브득점 3개를 허용했다. 효율은 18.46%에 그쳤다. 메가와 부키리치가 오픈성 공을 모두 해결해 줄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표승주의 리시브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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