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는 ‘뇌 질환’… 뇌 회로 이해하면 맞춤치료 가능할 것[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잠은 보약’ 건강에 매우 중요… 잘때 뇌 안 노폐물 청소 이뤄져
노화, 스트레스로 뇌 변화되면… 잠 유지 기능 약화돼 수면 질↓
뇌 활동 파악해야 정확히 진단
나중에 뇌 과학자가 된 뒤에야 수험생에게도 ‘4당 5락’(하루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 아닌 ‘8당 7락’이 오히려 맞다고 생각될 정도로 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축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 벌어지자 나의 얘기도 달라졌다. 장기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자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었고, 운동도 안 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섭취해도 살이 쭉쭉 빠지는 게 아닌가?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잠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뇌 안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수면 장애는 직접적으로 뇌를 더 상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잠을 자는 것은 어떻게 해서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당연히 피곤해서 누우면 으레 잠이 들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잠에 들 수 있는지 잘 생각해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뇌 회로가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른 활동을 하면서 잠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유지해야만 잠에 드는 게 가능하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면 중 뇌 활동이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다고 한다. 노화, 스트레스 등으로 일어나는 뇌의 변화로 인해 수면 유지와 관련된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수면 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 뇌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수면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뇌 기능의 변화를 알아봐야 하므로, 병원에서 수면 다원검사를 하면 된다. 수면 다원검사는 말 그대로 수면 장애를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지표를 함께 측정하는 것인데, 뇌의 활동에 관한 뇌파 검사가 반드시 포함된다. 이 밖에도 심전도, 근전도, 그리고 안구의 움직임을 보는 안전도 검사와 비디오 촬영 등이 수반된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뇌파와 심박, 근육 긴장도, 눈의 움직임, 호흡 등을 측정하면 수면의 단계를 구분하고, 그 시간과 비율을 측정해 수면의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수면은 크게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과 비(非)렘수면으로 구분된다. 렘은 얕은 수면을 하며 눈을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비렘수면은 뇌파의 모양에 따라서 1∼4단계로 구분된다. 건강한 젊은 성인은 비렘수면이 전체 수면의 75∼90%를, 렘수면이 10∼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면 장애를 치료하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뇌의 어느 부분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수면의 구성이 달라졌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뇌 회로의 동작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실현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화가 나거나, 당황스럽거나,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고통과 걱정이 있는 상황에서도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해 보자”라는 말을 자주 쓴다. 실제로 자고 나면 자기 전에는 너무나 심각하게 느꼈던 일들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뇌는 하루 종일 많은 자극을 받아들이면서 피로가 누적되는데, 잠을 자는 동안 많은 부분 ‘청소’가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토록 중요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그 어느 질병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뇌 회로에 대한 이해는 각 개인이 왜 잠을 못 자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더 나아가서는 수면의 질을 관장하는 뇌 기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꿀잠’을 잘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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